사우디, 국제사회 비난에 “오일 쇼크 조심해” 경고
트럼프 행정부, 이란 석유 수출 제로화 몰두
유류세 인하, 도로아미타불 가능성…文 정부 민생정책 ‘걸림돌’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이란 삼각관계가 새드엔딩(Sad Ending)으로 흐르면서 수천㎞ 떨어진 대한민국이 졸지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세 나라의 상호 대립은 기름값 오름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오는 6일부터 유류세를 15% 내리는 조치를 취했지만 국제유가가 상승한다면 효과를 반감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마저도 6개월 시한부 조치이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기간이 끝나는 내년 5월 엄청난 기름값 폭등 가능성을 시한폭탄처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사우디는 우방 관계, 미국과 이란, 이란과 사우디는 적대 관계라는 틀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사우디 언론인 암살 사건이 미국-사우디 양국 관계 균열에 도화선이 됐다. 지난달 2일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주터키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암살되면서 사우디를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론에 미국도 간접적으로나마 동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려를 표시한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철저한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슈끄지가 법적으로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약했기 때문에 미국도 마냥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이 같은 비난에 대응하는 일환으로 자원 무기화 방침을 시사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10월 14일 성명을 내고 “만약 (국제사회가) 왕국을 상대로 어떤 행동을 취한다면 그보다 더 큰 행동으로 갚아줄 것”이라며 “사우디 경제는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있고,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를 이용해 국제사회의 사우디 제재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우디가 석유 가격 인상 카드를 내비치며 ‘오일 쇼크’ 가능성을 선보였지만 당초 이란의 존재로 인해 세계 석유 시장에 대변동이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사우디가 유가를 인상하면 그만큼 이란 석유에 대한 수요가 늘기 때문에 전체적인 공급량에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이 석유 판매량을 늘려 경제적 손실을 만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로로 만든다는 목표로 꾸준히 압박 기조를 유지해왔다.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들과 기업들도 미국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이란과의 거래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아예 미국은 이란과 거래한 기업을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방식으로 제재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서 ‘국제사회판(板) 블랙리스트’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란 제재 이후 이란의 석유 수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고 제재를 예고한 후 이란이 수출한 석유량은 3분의 1 규모로 줄어들었다는 전언이다.
10월 3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제에너지 기구들은 이란이 지난 9월 일(日)평균 170만~190만 배럴의 원유와 초경질유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에 비해 일평균 80만 배럴 떨어진 수치다.
이란은 전세계 원유 소비량의 3~4%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장기적으로 집요하게 이뤄진다면 유가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이란 석유의 최대 고객인 중국과 인도가 꾸준히 구매할 가능성이 있어 기름값 급등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존재는 상수가 아닌 변수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이들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