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반·전선·변압기 등 현지 직접 투자 활발
전력인프라 성장 잠재력에 주변국 수출 용이

LS전선 베트남 법인 LS-VINA의 생산라인.
LS전선 베트남 법인 LS-VINA의 생산라인.

전력기기 제조업계가 ‘리틀 차이나’를 넘어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른 베트남을 정조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배전반과 전선, 변압기 등 주요 전력기기 기업들은 베트남을 새로운 신성장 동력기지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내수 침체에 고심 중인 중소기업들도 현지 진출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베트남은 전력인프라 투자가 활발해 성장 잠재력이 크고 아세안 역내 수출 시 관세를 면제받는 이점도 있다.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 주변국 진출도 용이해 경제적·지리적으로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연 매출 400억원대 수배전반 기업인 쌍용전력은 베트남 동나이에 생산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달 1만 3200㎡(약 4000평) 규모의 토지매입 계약을 앞두고 있다. 태양광 발전시스템 수출계약도 앞뒀다.

강철수 쌍용전력 대표는 “40억원 이상을 직접 투자해 현지 생산법인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태양광 부문은 베트남의 한 대학교에 1MW급 건설을 시작으로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절연유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동남석유공업은 하이퐁 딘부산업단지에 1만2000㎡ 규모의 절연유 생산 공장인 ‘동남패트로비나’를 본격 운영 중이다.

노충석 대표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생산된 절연유를 찾는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며 “베트남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에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배전반 중견기업 나산전기산업도 현재 두산중공업 베트남 법인인 두산비나 산업단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대기업들도 베트남 시장에 한층 공을 들이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베트남 케이블 1위 기업인 LS전선아시아는 설비투자를 늘리며 2020년 매출액 1조원 클럽에 가입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하이퐁 생산법인에 100억원을 투자해 구리선재(Cu-Rod) 생산규모를 연 2만 7000t 수준에서 10만t 규모로 확대했다. 베트남 구리선재 시장은 오는 2021년 30만t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신용현 LS전선아시아 대표는 “중전압 전력선과 부스덕트 생산설비 투자, 구리선재 설비 확충 등으로 사업기반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은 최근 베트남 생산법인 대한비나를 제2의 당진공장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한비나는 2016년 6월 단독법인으로 전환한 이후 설비투자를 통해 HV급 전력케이블과 증용량가공선(ACCC) 생산 능력을 갖췄다. 베트남뿐 아니라 주변국에 케이블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확보한 지사를 활용해 동남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계획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원가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은 대한비나가 담당하고, 3개 지사를 통해 아시아섹터를 총괄 관리해 영업력을 확대·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S산전은 1990년대 중반 첫 진출 이후 베트남을 아세안 지역의 핵심 전력 솔루션 생산·판매 거점 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저압기기 시장에서 5년 연속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LS산전의 베트남 법인인 LSIS-VINA는 배전반과 몰드변압기 등을 주력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35~45%의 시장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LS산전 관계자는 “활발한 전력인프라 투자에 발맞춰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 확대와 DC 전용기기의 상용화 등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일렉트릭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을 무대로 고압차단기와 변압기, 회전기, 에너지솔루션 부문에서 오는 2021년 매출 7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영업 네트워크 확대와 신규고객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설립한 태국지사가 아세안 시장 공략의 헤드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박병일 전기산업진흥회 이사는 “베트남은 올해 6% 후반대 경제성장률이 점쳐지고 있는 대표적인 신흥국이다. 최근 5년간 우리 전기산업의 베트남 수출도 연평균 20% 증가하는 등 유망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발전설비와 신재생에너지 등 대규모 전력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전망이라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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