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정동욱 교수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정동욱 교수

“이 이론은 일반 역학과 전자기역학을 통합적으로 보게 하였으며 전자기역학에서 상호 독립적이라고 생각되었던 가정들을 통합하고 근본적인 개념들을 인식론적으로 보다 명료하게 설명할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이론은 운동량과 에너지의 원리를 통합하고 에너지와 질량이 동일한 자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1923년 7월의 예테보리 주빌리 기념관은 무척 더웠다. 구스타프 스웨덴 국왕을 포함한 2000여 청중은 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기 속에서 검은색 레딩코트의 신사가 설명하는 자연현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조심스럽게 경청하고 있었다.

7월의 더위를 무색케하는 검은색의 긴 레딩코트를 입은 신사는 알버트 아이슈타인이었다. 1912년부터 노벨상 후보에 오른 아인슈타인은 10번이나 후보에 오른 후 마침내 1921년 노벨물리학상에 지명된다. 노벨상위원회는 노벨의 유언에 합당한 후보자가 당해에는 없다고 선언하고 1년 후인 1922년에 노벨상을 수여한다. 그러나 노벨상위원회는 아인슈타인의 노벨상 업적으로 모두가 예상했던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택했다. 전통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는 수상식에서 노벨상을 받게 된 업적에 대한 강연을 하는데 아인슈타인은 여행을 핑계로 수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해를 넘겨서 1923년 7월 11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북유럽 자연과학자집회(Nordic Assembly of Naturalists)에서 노벨상 수상기념 강의를 한다. 강연의 주제는 노벨상 수상 업적인 광전효과가 아니라 상대성이론이었다.

1905년은 물리학에서 종종 경이로운 해(Annus Mirabilis)로 불린다. 이 해에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 브라운운동, 특수상대성이론, 질량에너지 등가의 법칙 등 4개의 논문을 발표한다. 여기서 광전효과에 관한 논문은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지만, 아인슈타인은 그의 최대 업적을 상대성이론과 이로부터 유도되는 질량에너지 등가의 법칙으로 생각한 듯하다. 그래서 그의 노벨상 기념강연 주제는 '상대성이론의 근본적인 아이디어와 문제'였다.

광전효과는 태양광을 이용해 전력생산이 가능함을 보여준 이론이다. 태양광을 물질의 표면에 비추면 전자가 튀어나오고, 이 전자를 이용한 것이 태양광발전이다. 질량에너지 등가의 법칙은 특수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물질보존과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통합한 것이다. 물질의 질량이 변화하면 물질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역시 변화한다는 원리로서 원자력 이용의 바탕이 되었다. 광전효과는 물리학 측면에서는 파동으로만 보았던 빛이 입자의 성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양자역학의 발전에 기여했지만 공학적 응용은 더뎠다. 태양광에너지가 처음 이용된 곳은 우주였다. 최초의 태양전지는 1958년 미국 뱅가드 인공위성의 전력공급에 쓰였다. 원자력은 원자탄에서 시작해서 이태리의 물리학자인 페르미가 핵분열을 제어할 수 있음을 증명한 후에 원자력발전으로 진화했다.

아인슈타인은 핵무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구하고자 2차세계대전 직후 발족한 원자력과학자비상위원회(Emergency Committe of Atomic Scientists)의 의장을 맡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이 탈탄소 에너지의 두 근간인 태양광과 원자력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게 탈원전에 대해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듣게 될까? 광전효과와 질량에너지 등가의 법칙으로 인류에게 에너지 이용의 새 지평을 열어준 그의 답변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해학과 유머가 넘치는 촌철살인의 답변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벌이 보이지 않으면 인류에게는 4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위대한 과학자도 사랑은 설명할 수 없었는지, “사랑에 어쩔 수 없이 빠지는 것을 중력 탓을 하지 말라”고 했다 (You can’t blame gravity for falling in love). 그가 탈원전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벌을 계속 보고 싶으면 원자력을 이용한다고 상대성 이론을 비난하지 말라”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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