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규모면에서 외산 기종 유리....2021년까지 국내 시장 없어 국내업체 우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추진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제주 한림해상풍력 사업이 국내외 업체 간 경쟁입찰로 풍력터빈 등 기자재를 조달할 예정으로 알려지자, 국내 풍력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격경쟁력이나 성능·규모 측면에서 경쟁 우위에 있는 외산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한림해상풍력 사업 이후 당분간 국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분야 공기업들이 절반 이상 관련 SPC(특수목적법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국산 기자재산업 성장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림해상풍력 사업은 제주 한림읍 수원리 앞바다에 사업비 5000억원을 들여 100㎿급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전력공사가 SPC인 ‘제주한림해상’의 지분 29%, 중부발전이 23%, 한국전력기술이 5%를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건설되는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풍력업계는 사실상 예정대로 400㎿급 서남해 해상풍력 시범사업(실증단계 후 2단계 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시 국내에서는 한림해상풍력 사업 이후 2021년 전까지 대규모 프로젝트는 없을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SPC인 ‘제주한림해상’은 지난 8월 입찰 사전예고를 통해 풍력터빈 등 관련 기자재에 대한 국제입찰을 공고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국제상관례에 의한 계약방법’ 등 내부문서가 나와 국내외 업체 간 경쟁입찰을 고려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제주한림해상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입찰방법을 선정할 방침이다. 아직 검토단계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풍력업계는 경쟁입찰을 할 경우, 성능이나 터빈 규모가 우위에 있는 외산 터빈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오래전부터 지멘스 8㎿급 풍력터빈을 유력한 경쟁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나 풍력업계 모두 SPC 최대 주주인 한전 등 공기업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재생 공급의무화제도(PRS) 등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은 친환경에너지 보급뿐 아니라 국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 역시 한전 등 SPC에 속한 공기업에 국산 기자재를 사용할 것을 권고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은 공정성이나 해당 지역 주민의사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SPC에는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 등도 참여하고 있다. 적정한 수익을 당연히 가져가야 한다. 또 지역주민들은 터빈이 많이 설치되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5㎿급이 주종인 국산 터빈보다 8㎿ 외산 터빈을 선호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 풍력부품 제조업체는 “정부와 함께 국내 풍력업계 역시 한전 등 SPC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어느 정도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경쟁상대인 지멘스 측이 전체 프로젝트 비용을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국내외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 만큼 수입업체와 지역 간 상생을 통해 출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에너지 분야 국책기관 관계자는 “해외 업체가 들어오더라도 관련 부품이나 기자재 등 업체를 보유한 지역 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방법을 지금이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WTO 등 국제법 위반을 우려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다. 차라리 이런 방식이 풍력 부품 업체 등을 살릴 수 있는 복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손충렬 한국풍력산업협회 고문은 “한전 등 공공기관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신재생발전 분야 진출의 당위성을 찾아야 한다”며 “국내 산업과 함께 호흡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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