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초 저유소 화재로 ‘발칵’…연간 15건 도난까지 ‘적발’

대한송유관공사가 ‘시련의 가을’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대형 화재로 홍역을 치르더니, 기름 간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조배숙 의원(민주평화당·전북 익산시을)은 송유관공사에서 관리하는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쳐가는 사례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약 10년(2009~2018년) 동안 154건에 달하는 송유관 도유(盜油) 사건이 발생했다. 도유 물량은 1만4676㎘다. 이는 9만2359배럴에 이르는 수치다. 9만2359개의 석유 드럼통을 도난 당한 셈이다.

조 의원은 “2014년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자가용 승용차의 월평균 주유량이 128ℓ로, 송유관공사가 도둑맞은 기름의 양은 월평균 주유량의 11만 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송유관공사가 기름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도둑맞는 상황이 심각한 이유는 서민에 심리적 박탈감을 안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 의원은 “최근 10년 동안 기름도둑들이 훔친 기름의 양과 그 피해금액은 연일 치솟는 기름값에 시름을 앓는 서민에게 허탈한 소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다시 도유 적발 건수가 늘고 있고, 도유 시도 또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기름도둑 예방을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유 행위 또한 치밀하고 전문화되는 모양새다. 154건의 도유 적발 사건 중 충남에서 49건, 충북 29건이 발생했다. 전체 건수의 절반 이상은 충청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는 수도권·호남·영남의 송유관이 충남을 중심으로 모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일에는 송유관공사에서 운영하는 고양저유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가 날려보낸 풍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우선 이 노동자가 중과실실화죄를 저지른 게 화재의 1차적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송유관공사의 부실한 관리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화재가 일어난 유류탱크 주변에는 온도 변화 감지 센서도 설치되지 않았고, 오히려 나무와 풀 등 가연성 물질이 흩어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저유소 근처에는 건초더미가 쌓여있었다는 전언이다.

또한 이 사건의 범인인 스리랑카인 노동자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되면서 송유관공사의 시설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론이 더욱 거세졌다.​

대한송유관공사는 공사(公社)라는 이름과는 달리 이미 17년 전인 2001년 민영화된 회사다. 본래 공기업이었으나 현재는 민간기업들에게 지분이 분산돼있다.​

SK이노베이션이 41%의 지분을 확보해 대주주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GS칼텍스도 28.62%의 지분을 갖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S-OIL·현대중공업·대한항공·한화토탈 등도 한자릿수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화재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송유관공사의 운영은 송유관운영협의회에서 결정하는데, 이 협의회는 회사 1인, 각 주주사 1인, 정부 1인 등이 참여하는 형태다.

복잡한 운영 역학관계로 인해 책임소재 파악에 난항을 겪는 현 상황도 송유관공사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송유관공사 관계자는 고양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 “안전자문기구를 설치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산된 운영주체로 인한 책임소재 모호 현상에 대한 지적에는 “SK이노베이션이 대주주고,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의결되긴 하지만 안전관리 및 경영 등은 대한송유관공사라는 법인, 즉 우리가 한다”며 “앞으로 우리가 주도적으로 안전관리를 진행해 더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도유 현상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엄연히) 방지 시스템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송유관 압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캐치(Catch)해서 구간 관로 순찰, CC(폐쇄회로)TV, 피복탐지기 등을 가종시키는 조직이 있다”며 “시스템으로 도난 요인을 제거하는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충북 영동 및 대전에서 40여 명으로 구성된 도유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며 “초기에 신고할 수 있었던 것은 범행을 감지한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2018년부터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된 시스템 설비 투자를 강화해 실제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시점”이라며 “왜 100% 못 막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일단 도유 현상을 최소화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빨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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