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국정조사 해야" 총공세 나서
여댱, "과도한 정치공세일 뿐" 박 시장 적극 방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친인척 채용 의혹은 우리 청년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정말 죄질이 나쁜 일입니다. 전수조사와 함께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

# “시장님 요즘 고생이 많으시죠? 요즘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가족이 근무하는 게 모두 고용세습이라고 도매급으로 얘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으로 촉발된 논란이 국감을 거치며 여야 간 정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는 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야당 의원들, 시작부터 신경전

이날 국감은 개회 직후부터 진통을 겪었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피감기관장 인사말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과를 요청하며 박원순 시장을 압박했다.

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지난 18일 국감 휴회 중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박 시장을) 항의 방문했으나 면담을 거부한 것도 모자라, 차단막을 강제로 내려 신체에 위협을 가했다”며 “정중히 사과하기 바란다”고 비난했다가 제지당했다.

같은 당 민경욱 의원은 “국감을 본 이래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제출 자료에 페이지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국감 중에는 박 시장의 발언 태도를 놓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박 시장이 의원들의 제지에도 답변을 계속 이어가자, 여당 의원들이 “답변이 지나치게 길다”며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에 박순자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박 시장을 향해, “편견 없이 봐도 시장님이 설명을 너무 길게 붙여서 의원들이 질의하는 데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필요한 내용 위주로 답변을 짧게 가져가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의원들의 질의 시간을 고려하면 극히 짧은 시간을 답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박홍근 의원과 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서로 “아예 답변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 “의원들이 재차 얘기하면 자중하고 받아들여야지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며 설전을 벌였다.

◆자료 요구만 40여 분…신상자료 두고 야당-서울시 간 설왕설래

야당 의원들은 개회 후 40여 분을 채용비리와 관련한 각종 자료를 요구하는 데 썼다.

자료 요구는 지난 3월 공사가 실시한 ‘가족 재직 현황’ 조사의 세부 자료와 친인척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108명에 대한 신상자료가 주를 이뤘다.

앞서 한국당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3월 1일자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된 직원 1285명 중 108명이라고 주장한 이래 수치의 적절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받아 의혹을 입증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공사 인사처장이 정규직 전환된 본인 배우자 명단 누락해 직위해제된 상황이라 단순한 의혹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며 “설문조사를 했다면 개별 설문지를 어떤 내용으로 돌렸는지, 설문조사 결과 기록지가 어떤 식으로 응답이 돼 있는지, 참여자 대비 응답률은 어떤지, 99.8%는 설문 참여자인지, 실제 가족 여부를 응답한 비율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민경욱 의원은 “부부관계에 있는 직원들의 채용에 의혹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면 결혼 일자를 알 필요가 있다”며 “관련 자료를 달라고 하는 데 왜 주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윤준병 서울시 부시장은 “사내 부부는 입사한 뒤 결혼했거나, 공사 통합 전 각 회사의 근무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결혼 일자의 경우 인사관리상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환 가능성 인지 여부’와 ‘공사 자체조사 신뢰성’ 쟁점 부상…공채 인원 감소 지적도

의원별로 사안에 접근하는 방식은 상이했지만 주요 논의는 정규직 전환의 사전인지 여부와 공사가 실시한 ‘가족 재직 현황’ 조사의 신뢰성 여부로 집중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최초 의혹을 제기했을 때보다는 한 발 후퇴했지만, 아직 공사와 서울시가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사안들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한국당 박덕흠 의원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줄 알고 직원들이 친인척을 입사시켰다는 게 우리당의 입장”이라며 “공사와 서울시는 앞서 진행한 조사의 응답률이 99.8%라고 주장하는 데 전수조사하면 더 많은 비리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은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건 지난해 7월이라 직원들이 미리 알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다”며 “청소·미용 근로자 등의 비안전 분야 근로자가 전호나대상에 포함된 것도 지난 2012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린 결정으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 조사의 신뢰성과 관련해선, “해당 조사는 인사처에서 부서별로 취직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보고한 결과”라며 “2개 부서를 제외한 나머지 부서가 모두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시장이 국감 3일 전인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시장은 해당 게시물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공채 정원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정규직 전환으로 공채 인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 게시물은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해 해명한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 이후 오히려 공사의 총 인원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 매체가 보도한 ‘공채 인원 1029명 감축’과 관련해선 명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당 이헌재 의원이 “공채 인원은 안 줄인다고 해도 1029명이 줄면 결국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1029명 감축 계획은 공사가 지난해 5월 통합될 때 수립된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채용비리 의혹 규명되나…야당-서울시 간 강대강 대치 예고

박 시장은 이날 국감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23일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 감사를 맡겨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의 공격적인 질의가 계속되자, 박 시장은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며 비리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데 반감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공사의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기로 한 것은 쉬운 결단이 아니다”며 “이후에 그간의 주장에서 진실이 아닌 부분이 드러나면 법적 조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은 이번 국감에서도 앞서 주장한 대로 감사원 감사를 넘어, 국정조사까지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향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김석기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은 “서울시가 당당하다면 국정조사까지 떳떳이 받으면 될 것”이라며 “서울시장이 이 모든 사안들에 대해 국정조사, 수사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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