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에너지분야 국정감사는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잡음과 실현가능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1일 국회 산자중기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에너지전환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산업부가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벌인 산하기관 관리 강화 조치와 정책 비용 마련 방안 등을 질책했다. 또 이날 국감에서는 1년여간 지속돼온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野, 산업부의 산하기관 자료검열·인사조치 질타

이날 산자중기위 국감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자원 분야의 13개 산하기관에 보낸 내부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석유·가스·전력·석탄 관련 산하기관 관리 강화 방안’을 보면 산업부는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관리 강화 방안을 수립했으며, 관리 강화 방안에는 ▲기관 현안 매주 보고 정례화, 기관장 및 간부 일정 사전보고·협의 후 추진 ▲국정과제 등 핵심정책 사업 관련 사전 홍보계획 공유 ▲국회 업무·요구자료 사전 비공식 협의 후 확정, 관심의원 대응 현황의 별도 보고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사전 협의 미실시, 보고 누락, 결정된 사안의 번복 등으로 국회, 언론 등에 이슈화될 경우 담당자에게 인사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기관에 요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산업부의 인사갑질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규환 의원은 “국회에 제출되는 모든 자료의 검열과 현안별 관심의원 현황 보고, 그리고 이를 어길 시 기관의 담당자 인사책임 요구까지 헌정 사상 유례없는 다수의 조치”라며 “산업부가 인사상 불이익을 지시할 법적근거가 없으며, 이는 갑질을 넘어 협박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산하기관에 대한 행정적 갑질과 더불어 언론과 국회를 통한 국민의 알권리를 조직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한수원이 에너지전환 정책에 발맞춰 신규 원전 백지화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등을 강행하는 배경으로 산업부의 이같은 조치를 지목했다.

그는 “한수원 경영진이 배임 책임까지 감내하면서 비상시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며 “한수원이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주무부처의 인사상 외압에 의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성윤모 산업부장관은 “산하기관과 소통과 협력강화를 위해 작성된 문건으로 알고 있다”며 “산하기관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산업부,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 통해 에너지전환 비용 마련?

이번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비용 마련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지난 6월 신규 원전 백지화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등을 결정한 한수원은 사전에 사업 포기에 따른 비용보전을 산업부에 요청했으며, 산업부는 이를 확인한 바 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산업부가 지난 5월 법무법인 영진을 통해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한 것에 대해 국회 동의 없이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신규 원전 백지화 비용을 마련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전기사업법 시행령 검토의견에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34조 8호를 신설해 전력기금을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 시책에 따른 법 제25조 제6항 제3호의 설비계획의 변경·폐지로 인해 전기사업자가 그 이전에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한 비용 중 회수가 불가능해진 비용을 보전’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 의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용도가 정해져 있으며, 에너지전환 비용은 성격이 다르다”며 “영진이 제안한 안대로라면 전력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 영진이 독자적으로 제안했다고 하는데, 저의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 장관은 “현재 전력기금을 비롯한 여러 재원의 활용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전력기금 활용방안은 검토 단계이며, 국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반복되는 탈원전 공방…與“세계적 추세”vs野“재생에너지 현실성 없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탈원전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탈원전 정책은 세계적 추세이며 성윤모 장관이 힘있게 정책을 추진하기를 독려했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신규 발전 설비 투자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등 에너지전환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신규 설비 중 재생에너지에 1390억달러(73.2%)를 투자하지만, 화석에너지는 430억달러(22.6%), 원자력은 8억달러(4.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도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화석연료 발전 비용과 같아지거나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발전비용 하락 추세를 감안하면 세계적 추세인 에너지전환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며 “태양광 발전단가는 2010년 kWh당 0.36달러에서 2017년 0.10달러로 지난 7년간 72% 감소했고, 해상풍력도 영국 입찰단가가 2015년 MWh당 117.14파운드에서 2017년도 57.5파운드로 50%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2030년이면 태양광이 원전보다 싸진다는 연구기관의 전망도 나온 상태”라며 “장래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질타했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탈원전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환경훼손과 농촌 부동산 투기 열풍, 민원 등을 꼽았다.

곽 의원은 “2012년부터 2018년 6월까지 태양광 발전소 2만9473개소와 풍력 발전소 63개소가 들어섰고, 환경훼손과 함께 주민 갈등이 발생했다”며 “현재와 비교해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소는 6배, 풍력 발전소는 20배 더 건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따른 부동산 투기도 심각하다”며 “진주시 사봉면 봉곡리의 경우 토지가격이 110배로 뛰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태로, 농식품부, 산림청, 지자체 등이 제각각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맹우 의원도 재생에너지 3020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꼬집었다.

박 의원은 “원전 1기의 용량에 해당되는 1GW 전력을 만들려면 축구장 1300개 넓이에 태양광을 깔아야 한다”며 “현재 1%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20%로 높이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우리나라 대부분 국토에 태양광 지붕을 덮고 풍력설비를 설치해야 실현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부실로 지난 6년간 국가적 손실 17조원 육박

이날 한전 적자 원인은 탈원전 정책이 아닌 원전 부실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원전의 부실시공·부실자재·비리로 인해 발생한 국가적 손실이 약 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국감에서 지난 2013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부실시공·부실자재·원전비리로 인해 원전 가동이 중단됐던 사례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부실로 인해 원전 가동이 중단된 일수는 5568일로, 국가적 총 손실액은 16조9000억원에 달했다.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한수원 매출 손실액은 7조2387억원, 대체 전력 구입비용 증가로 인한 한전 손실액은 9조1723억원, 부품 및 설비 교체로 한수원이 부담한 비용은 4919억원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상반기 원전이용률이 줄어들어 한전의 적자가 발생하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다수의 원전에서 심각한 안전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부실자재를 납품한 업체가 추가 납품하거나 부실시공업체가 추가 시공하는 등 추가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윤모 장관은 “에너지전환 정책은 설비용량의 변화를 말한다”며 “한전의 적자는 설비가 확정된 상태에서 나온 결과로, 원전 분야에서 부실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종합국감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전찬걸 울진군수 진실공방?

이날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 간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장 의원은 “(한울원전이 있는) 울진군을 찾아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왜 불러들였냐"며 "핵융합단지를 울진지역에 주려 했었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정 사장은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정 사장은 지난 8일 울진군을 방문했으며, 이에 앞서 5일 강석호, 이채익, 윤상직, 정유섭, 장석춘 등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해 말 수립된 8차 전력수급기본획에서 백지화가 결정된 신규 원전이다.

장석춘 의원은 “종합국감에서 전찬걸 울진군수를 증인으로 불러 사실여부를 가리자”고 말해 오는 29일 종합국감에서 정재훈 사장의 발언을 두고 진실게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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