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맨체스터에서 이튼 홀저택까지 방문객과 짐을 운반하던 개인 철도역.
영국의 맨체스터에서 이튼 홀저택까지 방문객과 짐을 운반하던 개인 철도역.

이튼 홀 장원에는 협궤열차가 있다. 멘체스터를 지나가는 기차와 연결해서 이곳까지 짐을 옮기거나 사람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개설한 개인 철도인데 지금은 축소하여 장원의 한쪽을 도는 미니 코스 열차를 운행한다.

나도 이것을 타고 비디오 촬영을 했다. 영국 귀족이자 갑부이니까 대단할 줄은 알았지만, 자가용 열차까지 있을 거라고는 한국 여자 스케일로는 상상도 못해본 것이었다.

주말에 샤넬이 이튼 홀을 찾을 때면 귀족들도 수십여 명씩 초청해서 함께 파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지금도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잘 관리된 석탄 기차는 앞으로도 100년은 문제없을 듯 잘 달린다. 열차가 달리면 장원에 한가롭게 앉아서 놀던 사슴 무리가 이동을 시작한다. 수백 마리의 사슴 무리는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에겐 최고의 볼거리다.

다른 장원에서는 대부분 양들을 기른다. 이곳의 사슴들은 한국에서 보아온 사슴과는 차원이 다르게 럭셔리한 털색깔이 신기하다.

한국의 사슴들이 갈색이라고 표현한다면 이곳은 아이보리색에 브라운 점박이 사슴 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사슴도 환경이 그들의 털색깔에 영향을 많이 주나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원도 4월부터 9월 중순까지 태양이 빛날 때만 아름답다. 나머지 기간에는 이곳 역시 사람을 굉장히 우울하게 만드는 날씨가 계속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의 길이가 짧고 밤의 길이가 길어서 틀어박혀 온종일 책이나 읽기 좋은 그런 날씨지만 모두가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 부자들은 남프랑스 같은 곳으로 이동을 한다.

맨체스터는 영국의 산업혁명기에 심장 역할을 했고 상공업 지역의 중심지가 된 곳이고 그곳에 조상 때부터 엄청난 땅을 소유한 덕분에 그들은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이번에 택한 여행의 경로는 두바이를 거쳐서 맨체스터로 직접 들어가는 항공편이었다.

영국 입국심사대에서 나에게 비즈니스로 왔느냐고 물었다. 관광을 왔다고 대답하니 어디를 관광할 것이냐고 묻는다. ‘이튼홀’이라고 대답하자 그런 곳은 모르니, 한번 써보라고 한다.

내가 ‘EATON HALL’이라고 쓰니까 이번에도 모르겠다며 옆에 있는 직원에게 아느냐고 물어본다. 그 역시 모른다고 한다. 런던 올림픽을 치룰 때만 해도 입국심사대 직원들이 상냥하고 친절했는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내가 놀란 것은 이튼홀이 동네 정원도 아닌데 이들이 모른다는 점이다. 이상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슈퍼바이저에게 물어보고 그제서야 나를 보내준다.

몹시 황당한 기분으로 공항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오며 혹시 내가 상상하는 이튼홀과 현실의 이튼홀이 너무 다를까 봐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여자 혼자서 한국에서 여기 맨체스터까지 단 하루 오픈하는 이튼홀 가든을 보기위해 왔는데 후회할까 봐 걱정되었지만 결과는 대만족 이었다.

요즘은 워낙 여러 가지 정보들이 많아서 혼자서 여행하기가 예전처럼 어렵지 않다. 단순 여행은 여럿이 같이 여행해야 제맛이지만 특별한 목적을 갖고 하는 여행은 혼자가 더 좋다.

온전히 자신을 위한 여행이 가능하니까! 이곳에서 인상적 이었던 또 한 가지는 가든 한편에 상당한 규모의 ‘키친가든’이 있다는 것이다.

근래에 최고의 럭셔리는 사과, 배, 토마토. 포도, 옥수수, 가지, 호박 등 직접 재배한 채소, 직접 기른 소, 이런 것을 식탁에 올리는 것이고 미슐랭 스타 셰프도 앞마당에서 기른 채소로 솜씨를 뽐내야 최고로 인정받는 시대인데 그런 것의 원조를 보는 소감이 특별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