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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변호사의 등촌광장) 에너지산업의 요금규제와 법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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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가스, 집단에너지 등 에너지산업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은 다른 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요금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전기사업법은 전력도매시장의 전력거래가격이 시간대별 전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도록 하고 있으나, 한국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운영규칙은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와 민간석탄발전사에 대해 각기 다른 유형의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여 전력거래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전력소매시장의 경우, 전기판매사업자(즉, 한국전력공사)와 구역전기사업자의 요금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도시가스사업법에 의해 규율되는 가스산업의 경우, 가스도매사업자(즉, 한국가스공사)의 요금은 산업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일반도시가스사업자(즉, 지역 도시가스회사)의 요금은 시도지사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집단에너지사업법의 규율을 받는 지역냉난방사업자의 요금은 열요금 상한제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이러한 요금규제는 미국의 규제협정(Regulatory Compact)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규제협정은, 에디슨의 조수로 시작해서 후에 미국 시카고시에 기반을 두고 미국 전역에 걸쳐 전력산업제국을 건설한 사무엘 인설(Samuel Insull)이 민영전력회사의 높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각기 전력회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타협을 통해 만들어낸 일종의 산업전략이다. 인설은 지자체들을 설득해 그들로 하여금 비효율적인 중복투자를 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자신의 전력회사들에 대해 지역독점을 부여하도록 하고, 그 대신에 자신의 전력회사들이 엄격한 요금규제를 받는 방식의 거래를 하였다. 이러한 규제협정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정부의 유틸리티기업에 대한 진입규제와 요금규제의 초석이 되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과 집단에너지산업 등의 경우, 현실의 요금규제는 당장의 정책적 또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사업자들의 재무적 안정성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요금규제는 에너지가격을 왜곡하여 소비자의 에너지과소비를 조장함으로써 사업자들의 재무상태를 더욱 악화시킴은 물론 국가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기후변화대응과 에너지신산업 촉진에도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에너지산업의 요금규제는 단지 정책적 타당성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헌법과 법률의 문제에도 맞닿아 있다.
“법의 지배(rule of law)”를 국가원리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요금규제의 위헌성과 위법성이 문제되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Federal Power Commission v. Hope Natural Gas Co. 사건 판결(1944년) 이후 에너지산업의 요금규제에 대하여 사업자(내지 투자자)와 소비자 간 이익 균형의 잣대로 적정성과 합리성 기준(just and reasonable standard)을 적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요금규제의 위헌성 심사요건으로 사업자의 성공적인 운영(to operate successfully), 재무적 안정성의 유지(to maintain its financial integrity), 자본의 유치(to attract capital), 그리고 투자자의 리스크 보상(to compensate its investors for the risks assumed)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 하에, 전력산업과 가스산업의 자유화 이전,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는 성실하고 능률적인 경영을 전제로 서비스 공급에 소요되는 적정원가와 서비스에 공여하는 자산에 대한 적정투자보수를 사업자에게 보상하는 총괄원가방식(cost-of-service rates)을 요금규제의 기본으로 삼았다.
우리나라 에너지산업 관계법령 또한 요금규제에 있어 기본적으로는 총괄원가방식을 따르도록 하고 있지만(단, 전력도매시장의 경우 전력의 수급에 따른 전력거래가격에 따름), 요금규제의 실제 운영은 요금규제의 법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산업의 요금규제 설계에 있어 정부에게 상당한 정책적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하고 있는 법치국가의 요금규제라면, 개별 사업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부합해야 함은 물론, 나아가 헌법 상 기본권인 사업자의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또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함은 당연한 요구라 할 것이다.
작성 : 2018년 10월 08일(월) 11:16
게시 : 2018년 10월 10일(수) 08:42


박진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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