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자동화 설비 40년 한우물…기술력 ‘독보적’

“40년 가까이 한 분야에서 바보처럼 일해 온 것을 격려하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현장에서 직원들과 부대끼며 땀 흘리고 싶습니다.”

전기기기 산업발전 유공자 포상식에서 산업포장을 받는 이상호 서호전기 회장은 “소변통을 매고 120m 높이의 크레인을 수없이 오르내리던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981년 서호전기를 설립, 산업설비의 핵심인 원료 및 제품운반설비, 항만하역설비의 구동기기 제어장치를 국산화해 우리나라 산업 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11년 동안 대한전선에서 근무한 이 회장은 자동화 시장의 잠재력을 믿고 창업했다.

당시 국내에서 항만 크레인은 미국 GE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었다. 이 회장은 국산화에 사활을 걸었다. 도면을 달달 외우고 밤을 새우기도 일쑤였다.

“일본 협력업체들이 ‘이상호가 개발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비웃었어요. 보란 듯이 국산화에 성공해서 1986년 부산항에 내 손으로 만든 콘테이너 크레인 제어장치가 들어갔어요. 그때 느낀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서호전기는 이후 구동기기 제어시스템에 필요한 모터 드라이브인 벡터 인버터를 자체 개발하는 등 지멘스나 ABB, GE 등이 석권하던 운반설비·항만하역설비 구동 제어 시장에서 국산화 신화를 써내려갔다. 지난 2015년엔 3300V-3레벨 인버터를 개발, 고전압 인버터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2002년 코스닥에 상장한 서호전기는 낮은 부채비율(27%)과 탄탄한 유동성을 갖춰 알짜 중견기업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특히 국내 유일의 항만 크레인 제어시스템을 구축, 완전 무인화 자동터미널 핵심인 무인장비 자동제어 분야에서 ABB에 이어 글로벌 2위로 평가받고 있다. 싱가포르와 터키, 인도, 중동 등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항만 크레인 자동화 추세에 맞춰 기술개발과 국산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항만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에 발맞춰 기술력을 키워야만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터보블로워 인버터 사업도 새로운 성장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터보블로워는 하·폐수처리장, 축산 분뇨처리장 등 폐수 처리를 위한 압축공기 공급 장치다.

이 회장은 “원래부터 터보블로워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핵심은 인버터다. 중국기업의 추격이 거세지만 영업력을 강화해 시장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창업 초심을 잃지 않고 늘 근면한 CEO로 존경받는 이 회장은 “‘에너지 불변의 법칙’처럼 에너지를 쏟은 만큼 대가가 따라온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면서 “기업이 얼마나 강하냐는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좌우한다. 인재투자를 늘려 더욱 강한 서호전기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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