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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또 10년 하자보증 요구…도로공사 사업 조명업계 ‘불만’
최소 7년~10년 이상 사후관리 '업체 몫'
업계 '행정 갑질' 산업 근간 흔들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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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는 지난 4월 전국의 고속도로 터널 중 밝기 향상이 필요한 192곳을 선정해 장수명·고효율 LED 조명등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최근 LED 등으로 교체돼 주행 쾌적성이 향상된 평택제천선 산척3터널.(사진제공=도로공사)
○…“정말 막막합니다.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자동차도 대부분 5만km만 무상보증하고, 고가의 스마트폰의 경우 1년에 50%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소비자가 부담합니다. 하지만 조명은 10년 간 제조사가 책임지라고 하네요. 그것도 공공기관에서 말이죠. 이 같은 행태는 조명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정 갑질’입니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에서 발주한 LED조명 교체 ESCO사업에 대해 조명 업계 전반에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도공은 지난 4월 5년간 2300억 원을 투입해 전국 고속도로 터널 및 가로등 조명을 LED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사업은 도로공사가 일정 비용을 투입하고 계약 기간 중 절감된 전기료를 상환하는 에너지절약형(ESCO) 방식이 도입됐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두고 조명업계는 정부가 업체에게 책임을 강요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이어 사실상 10년 보증 요구
이번 사업 대상에 포함된 곳은 전국 고속도로 터널 중 전체 40%에 해당하는 192개소다.
대부분 20년 이상이 지나 노후화가 심각하거나 조명의 밝기 향상이 필요하고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적황색 저압나트륨 조명이 설치된 터널이 우선적으로 선정됐다.
도공은 ESCO방식을 적용하며 교체비용의 50%를 자체 지원하고 나머지 50%를 ESCO사업자가 투입하도록 설계했다.
조명업계의 불만은 하자보증 기간에서 터져 나왔다.
도공이 공개한 적격심사 평가기준(PQ)에 따르면 하자보증기간을 투자비회수기간 혹은 에너지사용자지정기간 이상일 경우 2점, 미만일 경우 1점을 받는다.
터널의 경우 교체비용이 지원되면서 투자비회수기간이 7년 이상, 가로등의 경우 재정 지원이 되지 않아 10년 이상 걸린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낙찰받기 위해서 최소 7년에서 10년 이상 하자 보증을 해야 하거나, 아예 하자 보증을 하지 않고 1점만 받아도 되는 이상한 구조로 설계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발주 사업이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입찰에 참여하면서도 낙찰되면 10년간 사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며 “정부가 일정한 가격을 보전해주지 않으면서 보증기간만 늘려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번 사업은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발주한 LED조명 렌털 사업과 함께 비판의 소용돌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도공이 발주한 사업의 경우 모두 실외조명이라는 점에서 더욱 거센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교육청 사업은 대부분 교실과 도서관 등 실내의 안정적인 환경에 제품이 설치된다. 또 터널이나 가로등과 달리 사용 시간이 짧고 방학과 휴일 등 아예 켜지 않는 기간도 길다.
그러나 터널과 가로등은 분진, 낙뢰, 우천, 온도 등 외부 환경에 쉽게 노출돼 있고 터널은 24시간, 가로등은 12시간 이상 점등해야한다.
디밍제어시스템 등 통신장치도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복잡하고 각종 돌발 변수로 인해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후관리 비용을 책정하지 않은 채 ESCO업체에게 10년 간 하자보증을 하라는 것은 일종의 '갑질'이라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PQ기준은 산업부 기준에 따라 작성한 것으로 현재 업계에서 제기하는 민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검토중”이라며 “산업부에서도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고자 10월 중으로 기준 개정에 나선다. 올해까지는 현재 기준을 유지하겠지만 내년 사업은 일부 수정된 항목으로 발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와 동시에 부채도 떠안아야
사업에 참여한 업체가 부채를 떠안도록 설계된 점도 비판 요소 중 하나다.
최근 발주된 ‘대전지사 관내 LED가로등 교체 ESCO 사업 용역설명서’에 따르면 자금 조달 및 모든 대관업무를 계약업체에서 시행한다고 나와 있다.
이어 매출채권의 양도는 불가하다고 명시돼 있어, 업체는 사업 참여와 동시에 부채를 떠안게 된다.
규모와 자금력이 있는 대형 업체는 부채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는 장기간 도공 사업 외에는 추가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사실상 진입을 막고 있다는 게 ESCO사업자들의 목소리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ESCO매출채권 팩토링 제도를 2016년 재개했다.
ESCO팩토링은 금융기관이 기업으로부터 상업어음, 외상매출증서 등 매출채권을 매입해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로 기업의 자금난과 부채율 부담을 덜어주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공공기관에서 느낄 수 있는 부채 부담도 팩토링을 통해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윤석재 ESCO협회 팀장은 “현행 규정상 매출채권을 양도하지 않는 것은 발주처의 권한이지만 정부에서도 제도를 재개하며 올바른 계약 구조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적격심사 기준을 통해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유한 기업을 선정한 만큼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작성 : 2018년 10월 01일(월) 15:46
게시 : 2018년 10월 01일(월) 15:56


김승교 기자 kimsk@electimes.com        김승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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