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 교수(HK+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장)
류권홍 원광대 교수(HK+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장)

현재까지도 유연탄과 천연가스의 제세 부담금 비율은 1:2.5로 오히려 천연가스가 유연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유연탄 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에 따르는 조세정책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현재의 과세체제는 낮은 전기요금을 통한 경제발전이 국가적 과제였을 때 적합한 구조였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우리나라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비추어볼 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미세먼지 등 전반적인 유해성을 고려하면 천연가스보다 유연탄에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 옳다.

좀 더 현학적인 표현으로, 전기요금에 발전원별 외부효과가 적절히 반영되어야 하는데 외부불경제가 더 큰 유연탄에 높은 세율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유연탄과 천연가스의 미세먼지 관련 환경 비용을 약 2:1(85원:43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논리가 반영되면서, 정부는 지난 8월 세법개정안에서 환경비용 수준에 맞춰 유연탄의 제세 부담금은 올리고 천연가스는 대폭 내렸다. 천연가스의 제세부담금은 1kg당 91.4원에서 23원으로 74% 감소하며, 개별소비세는 60원에서 12원으로, 수입부과금은 24.2원에서 3.8원으로 인하시킨 것이다. 우리나라는 동해에서 생산되는 약간의 천연가스를 제외하고 대부분을 LNG 형태로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율 하락의 혜택이 거의 모든 천연가스에 주어진다. 한편, 발전용 유연탄의 개별소비세는 1kg당 36원에서 46원으로 27% 인상된다.

이번 발전용 연료간 세율 조정으로 발전용 LNG에 대한 세금이 낮아지면서 천연가스 발전사업자들의 사업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세율 조정으로 유연탄 발전 비중이 41.7%에서 41.2%로 줄어드는 반면, 천연가스 발전 비중은 22.6%에서 23.1%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유연탄 소비량 감소로 미세먼지도 427톤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연탄에 낮은 세금을 물리던 우리나라의 과세체제는 낮은 전기요금으로 산업계의 부담을 낮춰주려던 경제발전 위주의 정책 목적에 근거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부나마 유연탄의 국내공급이 가능했던 시절에는 비싼 천연가스를 수입해오는 것보다 저렴한 세금으로 국내 석탄산업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 현상을 보면 유연탄을 통한 낮은 전기요금, 그리고 이를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모델은 포기하거나 상당히 후퇴해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공업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서는 유연탄이 여전히 매력적인 연료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정부는 항변하지만, 대통령의 공약을 살펴보면 원자력 발전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읽힌다. 여기에 유연탄 발전에 대한 세금을 높게 부과하면 저렴한 발전원인 원자력과 유연탄 모두 점진적 퇴출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런데 이 두 발전원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천연가스뿐이다.

2030년까지 신재생 비중이 20%에 이르게 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80%에서 원자력과 석탄의 비중이 감소하는 만큼 천연가스 발전량은 증가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해 천연가스 발전기는 늘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기요금과 보조금을 합하면 천연가스 발전의 2배에 이르는 신재생에너지와 세율을 조정하더라도 여전히 비싼 천연가스가 중심이 되는 전력공급은 전기요금 인상을 당연한 전제로 해야 한다. 신재생과 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깔끔히 버려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환경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산업구조를 에너지 저소비구조로 전환하고, 에너지의 효율성을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

최저임금에 대한 정책적 혼란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전환, 조세부담 증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정부의 조세지출 투명성 확대와 효율성 증대, 비효율적 부분이 구조조정, 민간부분의 활성화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최저임금부터 인상했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에너지 정책도 똑같다. 에너지와 경제, 그리고 환경은 하나로 묶여 있기 때문에 산업구조, 조세부담, 에너지 효율성과 환경보호 등에 대한 논의를 동시에 추진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아쉬운 부분이지만 에너지 문제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부터 추진할 것이 아니었다. 솔직해질 때가 되었다. 국민 여러분, 전기요금은 오릅니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HK+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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