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별 피크시간 달라, 산업용은 기온보다 조업일수가 수요결정
전력수급계획에 불확실성 대비 별도 예비율 9% 설정 중장기적으로 수급안정
17일 대한전기학회 주관 ‘전력수급 전문가 컨퍼런스’ 개최

17일 대한전기학회 주관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력수급 전문가 컨퍼런스’에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올여름 산업종별 수요분석, 중장기 전력수급전망 등 전력정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17일 대한전기학회 주관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력수급 전문가 컨퍼런스’에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올여름 산업종별 수요분석, 중장기 전력수급전망 등 전력정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올여름 전력수요를 사상 최대로 끌어 올린 것은 폭염으로 인한 일반용과 주택용의 냉방 부하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또 종별로 수요 패턴의 변화가 명확했으며 의외로 산업용은 기온보다는 조업 물량이 전력수요를 결정하는 데 큰 몫을 했다.

한전이 자동원격검침시스템(AMR)으로 취득한 데이터를 활용해 올 여름 업종별로 주별, 일별 수요패턴을 분석한 결과 7월 첫 주 대비 최대 수요를 기록한 7월 넷째 주에는 전체수요가 17.2%, 1356만kW 증가했다. 종별로 보면 일반용이 24.6%, 566만kW, 주택용이 60.3%, 554만kW 증가했다. 최대수요 9248만kW를 기록한 7월 24일을 기준으로 보면 산업용은 216만kW 증가한 4280만kW를 기록했으며 이중 냉방부하는 305만kW로 비중은 7.1%에 그쳤다. 반면 일반용은 전체부하 2865만kW 중 냉방부하는 1467만kW(51.2%), 주택용은 전체부하 1475만kW중에서 냉방부하는 788만kW(53.4%)를 기록해 전체 부하 중 냉방부하가 50% 이상을 차지했다.

피크 점유 시간도 종별로 달랐다. 주택용은 냉방수요가 몰리는 20~21시에 발생한 반면 일반용은 냉방수요가 14~15시에 가장 많았으며, 최대피크는 16~17시에 발생했다. 산업용은 오전 8~9시에 피크를 기록했다. 종별 최대수요와 냉방부하가 서로 다른 시간에 걸리는 만큼, 전력수요관리 정책을 보다 섬세하게 세울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올 여름 전력수요 증가로 최대 피크일에 예비력 7.7% (7000만kW)를 놓고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볼 때 충분한 수치의 예비율로 우리나라와 똑같이 폭염을 겪은 일본도 예비율 7.7%를 기록하며 오히려 정부가 에어컨 보급사업을 벌이는 등 활발히 전력소비를 촉진시켰다. 이 때문에 발전설비 규모가 커 진 만큼 한자릿 수 예비율에 대한 막연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전력당국의 몫으로 남게 됐다. 예비율과 관련해 유승훈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올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수요예측 오차와 같은 불확실성이 발생하더라도 공급능력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며“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각종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예비율을 9%나 설정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수급안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17일 대한전기학회 주관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력수급 전문가 컨퍼런스’에선 올여름 전력수요 패턴, 기후변화를 고려한 중장기 전력수급 전망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김진우 교수( 연세대학교)는 “올 여름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했고 공급 예비력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력 당국을 중심으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결과 공급능력과 추가적인 예비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폭염에도 수급안정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여름철 실제기온을 하계 수요예측 모형에 입력할 경우 예측치는 9230만kW로 오차율은 0.2% 수준”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한반도 기후변화와 신재생설비 증가 등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영환 교수(홍익대)는 “최대 피크시에도 설비 예비율은 25%가 넘었다. 당시 공급력은 9900만kW였는데 유지보수(오버홀) 때문에 가동중지 됐던 발전기가 많았다”며 “올 하반기는 전력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올 동계 또는 내년 하계에는 공급력 측면에선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실체가 없다”며 “이를 고려했는지 안했는지 논쟁이 되는 것은 무의미하며 수급계획을 2년마다 세우는 만큼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올 여름 이상 기온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요예측에 대한 적절성 문제가 제기됐다.

논란은 정부가 원전을 줄이기 위해 8차전력수급계획에서 수요를 과소평가해 예측치를 낮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 동일한 수요예측 모형을 사용한 7차 수급계획과 8차 수급계획의 전력수요 전망치를 비교한 결과 8차 계획의 오차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유승훈 교수는 “결국 두 계획에서 전망치간 차이는 GDP, 기온 등 입력전제의 차이에서 비롯됐는데 7차 계획은 GDP를 과다하게 반영하면서 올 여름 최대전력과 유사한 전망치를 산정했고, 실제 올 여름 기온을 반영하면 9748만kW라는 높은 수치가 나온다”며 “8차 계획 모형에 실제 기온을 반영할 경우 9124만kW가 산정됐는데 이 수치는 실제와 오차율이 1.3% 수준” 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는 학계,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 전력수급 관련 국내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해 기후변화, 신재생 확대, 전기사용패턴 변화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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