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실태 조사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기술자료를 요구받는 경우가 있고, 기술자료를 제공하면서 서면도 제대로 발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실태 및 정책 체감도 조사’결과, 조사대상 501곳 중 17곳(3.4%)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기계/설비(8.6%), 자동차(5.5%), 전기/전자(3.6%) 업종에서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비율이 높았다.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시점은 계약체결 전 단계(64.7%)가 가장 많았고, 계약 기간 중(29.4%), 계약체결 시점(5.9%) 순서로 조사됐다.

특히 기술자료를 요구받아 제공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13곳 중 7곳(53.8%)이 대기업으로부터 서면을 발급받지 않았다. 분쟁에 휘말릴 경우 피해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는 “거래처로부터 자동차 부품 개발 오더를 받아 약 2억 원을 투입해 부품과 설비를 제작했다. 납품 제안 단계에서 거래처가 설계자료, 도면 그리고 특허 관련 자료 일체를 요구해와 납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제공했는데 기술자료를 다 넘기고 나니 우리가 개발한 제품을 양산하지 않기로 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알고 보니 거래처가 다른 협력업체로부터 이 제품을 납품받기로 계약했고, 결국은 거래처에서 우리 기술자료를 다른 협력업체로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계약 전에 기술자료만 넘기고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대기업이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이유(501개사, 복수응답)는 주로 불량(하자) 원인 파악(51.9%), 기술력 검증(45.9%)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납품단가 인하에 활용(24.6%), 타 업체에 기술자료를 제공해 공급업체 다변화(11.2%)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 이재원 경제정책본부장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도 정부 대책이 기술탈취 근절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받으면 사실상 거절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서면을 발급해 권리관계를 분명히 하고 나아가 중소기업 기술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술거래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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