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업계 “일 없이 인건비만 나가…단가물량 추가 확보 필요”
한전 배전보강공사 예산 확보한다지만 사실상 미수금 해소에 그쳐

한전이 최근 긴급공사 외에는 신규공사 설계를 사실상 못하도록 각 사업소에 공문을 보내면서 가뜩이나 시공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기공사업계의 경영난이 가중이 우려된다.

12일 전기공사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배전단가공사 관련 긴급공사 외 배전보강공사의 시공명령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지역본부와 2차 사업소에 내려 보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전기공사업계는 사실상 올 하반기에는 공사물량이 없는 것으로 판단,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한전의 배전단가 예산이 연초 계획보다 빠르게 소진되면서 협력업체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3개월째 시공명령이 멈춘 곳이 있는가 하면 공사를 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업계의 피해가 계속해서 누적되는 모양새다.

배전단가 협력업체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적게는 7명에서 많게는 14명 정도의 배전전공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들은 단가공사에 등록돼 있기 때문에 다른 공사에 투입할 수 없으며, 일거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달 총 1억원 내외의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 게 단가협력업체의 현실이다.

전기공사협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배전단가 협력업체 가운데 미수금 규모도 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한전이 배전보강공사를 제한하는 것은 동반성장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해당 공문이 단순히 가용예산 범위 안에서 효율적으로 시공지시를 내려달라는 요청이라고 해명했다. 또 추석 전에 배전보강공사 예산을 추가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추가예산은 보수공사가 아니라 그동안 예산 부족 탓에 지급하지 못했던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예정이어서, 배전단가 협력업체의 물량 부족 현상을 해결할 실질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한전 배전운영처 관계자는 “추석 전에 배전보강공사 예산도 확대함으로써 그동안 어려움에 시달린 전기공사업계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번 공문은 올해 초 계획한 에산이 이미 대부분 소진된 만큼 각 지역본부와 2차 사업소 별로 효율적인 예산관리를 당부하는 내용일 뿐이다. 공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아니며 전기공사업계가 품은 일부 오해를 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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