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부터 8월 말 현재 전국 아파트 정전건수가 전년 동기 73건에서 153건으로 110% 늘었다. 특히 25년 이상 경과한 노후아파트 정전발생률이 15년 미만인 경우보다 7.4배 높았으며 이중 변압기로 인한 정전이 153건 중 117건으로 76.5%에 달했다. 아파트 구내에 있는 전력설비 고장이 정전의 주 원인이 됐다.

또 전력수요에 맞게 설비를 증설 교체해야 하지만, 제때 교체가 되지 않다 보니 고장의 잠재적 위험도 높이고 있다.

한전과 일부 지자체는 공동주택이 전기설비를 교체할 경우 일정부분 비용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 실적은 그리 높지 않다.

아파트 전기설비의 관리 주체도 문제다. 아파트 구내설비 고장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한전이 우선 현장에 출동하지만 정전 복구를 위해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고객설비이기 때문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공동주택의 전기공급 방식과도 연관이 있다.

공동주택의 전기공급 방식은 22.9kV 고압공급 방식과 220V의 저압공급 방식이 있다. 고압방식은 고객이 고압 변전실을 설치해 세대별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설비의 관리 주체가 고객이다. 한전과는 전 세대를 통합해 1건의 공급 계약만 맺는다. 계량기가 한 대라는 뜻이다.

한전도 전기요금을 청구할 때 전 세대 사용량에 대한 청구만 한다. 아파트에서 지자체 공동주택 표준관리규약에 따라 세대별로 요금을 부과한다.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검침해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한전에서 제공하는 세대별 요금내역과 아파트 세대별 요금 분배 내역이 달라질 수 있다.

저압공급 방식은 동별로 한전이 패드 변압기를 설치한 후 세대별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세대별 일대일 계약을 맺는다. 각 가정에 한전의 계량기가 설치된다. 재산 한계점도 명확히 구분된다.

고압공급은 단지 밖 개폐기까지 한전의 재산이지만, 수급지점 이후 아파트 내 설비 및 세대별 계량기는 고객이 소유 관리한다. 저압은 동별로 설치한 패드 변압기 2차 측까지 한전 재산이며, 각 세대에 설치된 전력량계도 한전이 소유 관리한다.

설비관리 측면에서 보면 저압공급 방식이 유리하다. 아파트의 모든 전기설비를 한전이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설비고장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그 책임도 한전이 진다. 많은 국민이 아파트에서 정전이 되면 한전이 빨리 복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압공급 방식일 때는 이같은 생각이 맞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전혀 딴 얘기다.

이 때문에 사후 관리까지 고려한다면 저압공급 방식이 충분히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저압공급 방식이 요금이 다소 높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차이는 미미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다만 저압으로 공급하면 아파트 수전설비가 없는 만큼 전기안전관리자 등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아파트 전력공급 방식은 그동안 많은 부침을 겪었다.

지난 2006년 7월 저압 또는 고압 중 고객이 선택하도록 결정됐다. 지난 1990년 4월 이전에는 계약전력이 100kW 이상은 고압공급 방식, 미만은 저압으로 했다. 1990년 5월부터 1994년 4월까지는 1개단지에 1000호 이상은 고압방식을, 임대아파트와 1개단지가 1000호 미만은 저압공급 방식을 적용했다. 1994년 5월부터 2006년 6월까지 6층 이상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는 고압, 5층 이하는 저압공급을 택했다. 저압과 고압 중 선택은 아파트 준공단계에서 건설사가 하면 된다.

국가적인 전력수급 못지않게 수용가에서 얼마나 전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면서 노후아파트에서 정전이 잇따랐고, 이는 국민적 관심이 됐다.

전력 수요가 많은 하계/동계에는 아파트 정전이 늘 수밖에 없는 만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어떤 방법이 수용가 입장에서 유리할지 고민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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