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수송, 냉난방에서의 화석 연료 소비를 전기로 전환하면서 전기의 수요는 증가하고 탈탄소 친환경 목표의 에너지 믹스로 석탄과 석유를 원료로 하는 발전원은 줄어들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발전원은 늘어나고 있다. 변동성 발전원 비율의 증가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예비 발전력의 추가 확보를 필요로 하며, 전체 발전 자원의 최적 활용을 위해 많은 나라들이 다른 나라 전력망과 연계하고 있으며 사막이나 바다 등 기존 전력계통 인프라가 보급되지 않는 지역에서의 대규모 변동성 재생에너지 개발은 여러 관련 국가들의 전력망 연계 확대를 필요로 한다. 오래 전부터 전력망을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는 유럽의 전력망은 전력망 연계의 장점을 보여주는 예이고, 2014년 유럽 의회 자료에 따른 각 국의 발전 설비 용량 대비 다른 나라와의 연계 용량 비율인 Electricity Interconnection Level (EIL)을 살펴보면 덴마크가 44%, 스웨덴 26%, 독일 10%, 프랑스 10%, 아일랜드 9% 등이고 HVDC로 비동기 연계된 영국도 6%이며, 2020년까지 유럽 전체 평균 EIL을 최소 10% 달성하고 2030년까지 15%의 유럽 전력망 연계를 목표로 설정하였다. 각 연계 사업별 목적과는 별도로 변동성 재생에너지원 보급 확대가 전력망 연계 확대 필요성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랜 동안 러시아 등과의 전력망 연계에 대한 논의를 해 왔고, 기술적 경제적 문제 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의해 준비된 사업들이 추진되지는 못했다. 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적극적 제안으로 민간 차원에서 한국전력공사, 중국전력망공사, 소프트뱅크, 로세티가 MOU를 맺고 몽골 지역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과 동북아시아 전력망 연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부의 장기 계획에도 반영되어 전력망 연계가 가시화 되고 있다. 국가 간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우리가 단기적으로 준비해야할 사항에 대해 몇 가지 첨언하고자 한다. 현재 동북아 수퍼그리드 사업에서의 중국과 일본과의 연계 용량으로 각 2GW가 고려되는데 이는 EIL 수치로는 4%에 해당하고 러시아와의 연계를 고려하면 더 커지게 된다. 나라별 연계 용량이 우리나라 전력계통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계통 운영자와 함께 분석하여 추가적인 확장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과의 연계는 장거리 해저 케이블을 이용해 연계하고 러시아와는 북한을 경유한 장거리 가공 선로를 이용해 연계하기 때문에 직류 송전 방식을 활용하게 된다. 고압 직류 송전(HVDC) 기술은 60년 이상 사용되고 있는 전류형 방식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여 최근 적용이 늘고 있는 전압형 방식 중 우리나라의 전력계통 여건에 적합하고 관련 산업에 기여 가능한 방식을 중전기 회사들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 등 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는 2030년 60GW에 이르는 변동성 재생에너지원 운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동북아 국가 간의 전력망 연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HVDC의 운전과 관련하여 상시에는 정해진 전력을 주고받고 단기적인 전력 수급 불안정이 예상되는 비상시의 운전 조건이 포함되도록 하면 우리나라 전력계통 비상시 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전력망 연계가 구체화 되고 있는데, 몽골 신재생에너지가 개발되고 연계되기 전까지는 중국에서 석탄이나 원자력으로 발전한 전력이 송전될 수 있다. 하지만, 한중 연계가 몽골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원을 개발하고 그 전력을 송전하기 위해 장기간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동북아 국가 간의 전력망 연계의 한 부분이고 최종 단계에서 재생에너지가 송전되는 경로가 된다. 또한 수입되는 전력으로 인한 국내 발전사업자들의 이해 상충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 수출을 위한 연계 사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미래 동북아의 정치적 전제 조건이 변경되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전력망이 다른 나라와 연계되는 사업의 실현은 가시화되고 있다. 전력망 연계를 위한 국가 간 협의 과정에 우리에게 필요한 사항이 반영되도록 관련 기관들의 협력과 준비를 당부한다.

장길수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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