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종합기술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패널 모습.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수원·화성·평택 사업장 내 주차장, 건물, 옥상 등에 약 6만3000㎡ 규모의 태양광·지열 발전시설을 설치한다고 지난 6월 밝혔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종합기술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패널 모습.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수원·화성·평택 사업장 내 주차장, 건물, 옥상 등에 약 6만3000㎡ 규모의 태양광·지열 발전시설을 설치한다고 지난 6월 밝혔다.(사진=삼성전자 제공)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대다수의 유명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세계 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이 직접 나서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는 이유와 한국 기업의 과제를 점검할 때다.

◆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 중

‘RE100’은 기업들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자발적인 약속이다. 지난 2014년 9월 UN 기후정상회의가 열린 뉴욕 기후주간(Climate Week NYC)에 비영리 기구인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출범시켰다. 당시 이케아, 구글, BMW 등 다양한 산업에서 80개 이상의 기업이 캠페인에 참여한 뒤 이후에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그 영향이 커지고 있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은 현재 140개(2018년 8월 30일 기준)에 달한다. 이들은 자체 재생에너지 시설을 통해 만든 전기를 사용하거나, 외부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발전소와 직접 계약을 맺거나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인증서(Renewable Electricity Certificate) 등을 구매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RE100 2017 연간 보고서(RE100 Annual Report 2017)에 따르면 집계 당시 캠페인에 참여하던 87개 기업의 전력 수요는 107TWh다. 이는 아랍에미리트 또는 네덜란드가 소비하는 전력 수요에 맞먹는 양이다. 또 2015~2016년에 들어서면서 중국과 인도의 기업 참여가 두드러지고, 중공업 분야 기업이 관심을 보이면서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 역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게다가 이미 11개 기업이 2015년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100% 달성의 목표를 이룬 상태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대다수의 기업은 2024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약속하기도 했다.

◆ 기업들은 왜 ‘재생에너지’를 외칠까?

이들은 왜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으로 나섰을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이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이행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비용 변동에 대한 위험성을 줄여 안정성과 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해 적극 동참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과 구매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곧 재생에너지원의 발전단가 하락을 불러오는 선순환을 일으켰다. 태양광·풍력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는 거대 기업들의 발표로 인해 은행 융자를 받기 쉬워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는 RE100 2017 연간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추구하는 것은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비용을 통해 우리의 사업을 강화하며 동시에 우리 고객들과 지역사회에 더 깨끗한 공기를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기업들 역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이용해 제품 생산을 해야 한다는 명제가 현실화하는 추세다. 국가 정책이나 무역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이 통상의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 우리나라 기업들도 참여해야 할 때

세계적으로 풍력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점차 낮아지면서 RE100과 같은 캠페인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와 산업은 서로 융합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에너지 전환이 늦어질수록 국내 제조업 위기 역시 도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를 예로 들자면 당장 BMW, GM에서 전기차를 제조하면서 풍력과 태양광으로 만들어진 배터리를 납품할 것을 업체들에 요구하고 있다”며 “만일 이런 조건을 만족하면서 대등한 역량을 가진 중국 기업들이 나타난다면 한국의 배터리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제품을 납품하라는 해외 기업들의 요구에 한국의 기업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결국 세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가 국내 기업들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시간문제란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각 지역의 모든 사업장(제조공장, 빌딩, 오피스 포함)에서 이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역별 사업 장 내 주차장과 건물 옥상 등 빈 공간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통해 6만3000㎡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하청업체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8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삼성전자 협력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돕기 위해 2019년부터 CDP Supply Chain에 가입해 구매금액 기준 상위 100대 협력사가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하도록 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재생에너지 전력을 살 수 없는 게 걸림돌

하지만 국내 사정에 따라 어려움은 상존한다. 삼성이 동 보고서에서 밝혔듯 한국에서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 수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 인증 구매나 재생에너지 공급계약 시스템 등이 구축돼있지 않아서다. 에너지원을 선택해 전력을 수급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처한 상황이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하루 빨리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자유로운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활성화가 가능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시장 개편 ·유연화를 통해 재생에너지 거래를 실현하지 않으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산업에도 큰 타격이 올 것이 자명해서다.

한병화 투자위원은 “전기사업법 등의 개정을 통해 국내 대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시행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의무화되는데 국내에서 해당 조건을 만족할 수 없게 된다면 국가적인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중간재를 만들고 수출을 하는 산업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글로벌 대기업들의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이 거의 없다”며 “모든 산업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할 때 재생에너지 전력거래와 관련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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