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KTX 승무원업무 분리도급 어렵지만
코레일 타 직군 영향 탓에 쉽게 결정 못하는 듯

지난 7일 열린 KTX승무원 직접고용 토론회에 참석한 승무원들이 토론회 패널 소개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KTX승무원 직접고용 토론회에 참석한 승무원들이 토론회 패널 소개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달 21일 KTX해고승무원을 본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2006년 코레일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가 280명의 승무원이 정리해고 된 후 12년 만의 일이다.

업계에선 지난 2월 해고노동자 복직에 이어 해고승무원 문제까지 해결해나가고 있는 코레일의 전향적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코레일의 경우 업종 특성상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 수가 많아 노동 문제가 산적한 타 분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복직을 두고선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일차적으로 해고승무원들이 요구해온 ‘정규직 직접고용 복직’이 이뤄졌으나, 사무영업(역무) 분야 6급으로 복직됨에 따라 승무원직으로 원직 복직이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고승무원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승무원의 업무 범위와 관련한 논란은 남아 있다. 코레일은 노사전문가협의체의 전문가 실사를 통해 도출된 조정안을 따른다는 입장이지만, 그간의 입장으로 볼 때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KTX승무원 업무는 분리도급이 가능한가

해고승무원 복직 소식이 전해진 지 2주가량이 지난 시점에 국회에선 KTX승무원과 관련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생명안전업무를 담당하는 KTX승무원 무엇이 이들의 직접고용을 가로막는가?’를 주제로 열린 이 토론회에서는 코레일의 업무 범위 구분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이날 발제에 나선 우지연 변호사는 “대법원의 기존 판결은 열차의 승무업무 중 열차팀장의 업무(안전)와 승무원 업무(안내)를 인위적으로 분리해 후자만 도급형식으로 위탁하는 게 가능하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며 “하지만 시속 수백km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조를 이뤄 근무하는 열차팀장과 승무원의 업무를 구분해 위탁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상적으로 열차팀장의 지시를 받고 상시적인 업무협조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제는 법리 오해에 해당한다”며 “앞서 철도청 당시 위탁협약을 위해 노동부에 질의한 결과 일반실 승무원은 독립적 업무 수행이 어려우므로 도급 위탁이 곤란하다는 회신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에서도 철도여객사업은 화물운송사업과 더불어 코레일이 수행하는 핵심 업무 중 하나로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파견금지업무로 규정돼있다.

아울러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KTX승무원들의 근로관계 실질은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했다”며 “승무원들의 근무 실태 등을 동일한 판단 기준에 제대로 적용했다면 같은 날 선고된 현대자동차 판결이나 남해화학 판결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없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승무원 본사 직접고용될 수 있을까

지난달 초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는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개선권고안’을 통해 “안전의 외주화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는 코레일 또는 자회사가 직접 수행해 전문성·책임성을 확보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코레일 자회사 정규직에 대한 본사 직접고용과 관련해선 “코레일과 자회사 간 기능조정이 필요한 사항이므로 자회사 설립 취지, 업무효율성 등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의 방침 또한 유사하다. 노사전문가협의체의 전문가 실사를 따른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을 뿐 업무 범위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승무원 본사 직접고용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도 코레일이 판단을 주저하고 있는 데는 현재 걸려 있는 다양한 노동 문제가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많다. 승무원을 생명·안전 직결 업무로 판단해 직접 고용할 경우 타 직군에 미치는 영향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16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코레일관광개발·코레일네트웍스·철도 콜센터 등 철도 간전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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