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한파 등 법정 위험요인으로 명시되지 않아…가이드라인도 권고 수준 불과
김현아 의원, 폭염에 대한 근로자 보호 골자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대표발의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된 지난 1일 오후 작업자들이 대부분 퇴근하고 텅 비어 있는 세종시 어진동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 전경.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된 지난 1일 오후 작업자들이 대부분 퇴근하고 텅 비어 있는 세종시 어진동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 전경.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건설현장 피해가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가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해 실효성에는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고온의 작업환경에 노출된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어지러움이나 구토, 탈진, 실신 등 온열질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더위나 추위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근거 법령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 이행가이드’를 배포하고 있지만 작업장에서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게 김 의원 측의 설명이다.

최근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산업현장 옥외노동자들의 온열질환 피해가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 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74명보다 468명 늘어난 총 2042명(7월 28일 기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야외작업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전체의 29.9%에 달하는 611명 정도다.

이처럼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장해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이를 예방할 만한 장치가 부족하다고 김 의원은 강조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상에는 위험요인으로 태풍, 홍수 등을 명시하고 이로 인한 작업자의 건강상 피해를 건강장해로 규정했다. 작업자의 보호 의무를 사업주와 수급인에게 부여해 산업재해를 예방코자 함이지만, 이 항목 중 폭염이나 한파는 명시돼 있지 않다.

111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에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오후 2시 이후에는 작업을 피하거나, 얼음물 등 혹서기 용품을 안전관리비에 한시적으로 포함시키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강제 규정이 아니라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다만 건설현장 일부에서는 자체적인 폭염방지대책을 시행하는 곳도 있다.

SK건설은 기온에 따라 휴게시간을 각각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 33~35℃면 작업 50분에 휴게시간 10분, 35~37℃면 작업 40분에 휴게시간 20분으로 운영된다. 37℃ 이상이면 작업을 중단한다.

대림산업도 현장 근로자들에게 혹서기 용품을 지급하고 휴식을 위해 안전교육장을 개방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햇빛 가리개, 팔토시, 안전모 내피 등을 지급하고 안전교육장에 제빙기, 식염 포도당, 아이스크림, 냉커피 등을 준비해둔다.

GS건설은 ‘더위보이’를 고용해 직접 현장에 있는 직원들에게 음료수나 얼음을 전달한다. 휴게실, 제빙기를 설치하고 아이스크림을 항시 제공한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도 큰 현장에서나 시행되고 있으며, 여전히 대부분의 영세한 작업 현장에서는 비용문제나 안전관리체계 미비 탓에 노동자들을 무방비로 폭염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김 의원실은 전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폭염에 대한 근로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대표발의하고 건설현장 근로자들을 폭염과 한파 등 자연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선 것.

이번 개정안에는 보다 근본적인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폭염, 한파 등을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산업현장 근로자의 위험 및 건강장해 예방 의무를 명시했다.

개정안에는 또 건설업 등에서 공사수급인이 작업자의 보호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한 경우 사업주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사기간 연장조치를 하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폭염 탓에 발생한 손실을 수급인이나 작업자에게 전가할 수 없도록 폭염시간대를 피한 작업시간 조정이나 휴식시간 부여 등으로 인한 손실과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비용도 도급금액 또는 사업비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김 의원은 “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산업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근로자분들의 피해에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이번 개정안이 폭염과 맞서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한 줄기 단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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