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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환 대표의 등촌광장) 바보야 문제는 바로 유연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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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CEO)
전 세계적으로 40도가 넘나드는 유래 없는 폭염이 한 달이상 지속되고 있다. 냉방을 위한 전력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가뭄과 수온 상승으로 기존 핵, 석탄화력, 가스복합 등 대형 터빈형 발전소들의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대부분 내륙지방의 강물을 이용한 냉각수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바닷물을 이용하는 한국에 비해 더 위험한 상황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독일은 최근에 국가 전체 전력 수요의 100%를 석탄이나 핵발전 등의 기저부하(Baseload)나 에너지 저장 장치(ESS)의 도움 없이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하루 종일 공급해 전기요금이 0원보다 저렴해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1990년대 0%에서 시작해 현재 국가 전체 전력 생산량의 37%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에너지 전환’의 대표적인 선진국 독일에서 이러한 성과가 나온 것은 결국 시간 문제였지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독일은 어떻게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을까? 독일의 에너지정책국장 토르스텐 헤르단(Thorsten Herdan, 이하 ‘헤르단’)은 독일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Flexibility)’ 덕분이라고 한다. 독일이 폭염이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 할 수 있는 3가지 교훈을 함께 배워보고자 한다.
첫번째 교훈은 “유연성은 에너지 전환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전력계통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가 가진 고질적인 간헐성 때문에 기저부하가 충분히 많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독일에선 실제로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비율이 높아질 수록 ‘유연성’을 강화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왜냐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본질적으로 전력 수요에 따라 생산되는 것이 아닌, 햇빛이 비추면 태양광 발전, 바람이 불면 풍력 발전을 해 날씨나 시간의 변화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그 간헐성을 메꾸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전력시스템은 기저부하는 대부분 석탄이나 핵 발전으로부터 공급되고, 가스복합발전에 의해 최대 부하가 커버가 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공급량이 핵 발전 및 석탄발전보다 많아지는 시기에는 기존의 기저부하와 최대부하라는 개념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왜냐면 가스복합 발전, ESS, 수요관리(ER), 국가간 및 지역간 전력 직거래 등으로 유연성이 높은 자원이 기존 기저부하보다 먼저 전력공급을 담당하고, 기존의 기저부하는 단지 보조적인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유연성 강화는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하며, 단순히 최대부하를 맞추기 위한 보조적인 대안 중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두번째는 “전력 시장은 반드시 투명해야 한다”이다. 유연성을 항상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전력 공급자는 전력 생산과 수요의 실시간 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정보엔 기존 기저 발전원들 실시간 가격뿐 아니라 가스복합 발전, ESS, DR, 전력 직거래 등 선택 가능한 유연성 자원의 실시간 가격 변화에 대한 정보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러한 투명한 정보가 공개돼야만 유연성을 최우선 순위로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전력 생산과 소비에 따른 최대 이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교훈은 “전력 가격 신호는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한다”이다. 현재 독일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100GW를 넘어서고 있다. 전력 생산량 기준으로 40~85GW 사이로 유동적이지만, 종종 전력수요의 100% 이상을 충당해 전력 가격이 0원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전력 가격이 0원보다 저렴해지게 되면, 핵 발전이나 석탄발전의 발전량을 줄이거나 정지하는 등 시장의 가격 신호로 운전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게 된다. 한계비용이 0원에 가까운 재생에너지가 투명한 실시간 가격 정보와 만나면, 유연성이 기저부하를 대체해 현재의 독일처럼 에너지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독일과 한국은 기술적인 차이는 미미하나 법·제도나 재생에너지 보급율이 다르기에 현재 시점에서 두 나라를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10~20년 후에 우리나라의 전력 시스템이 가야하는 방향을 고민할 때 위 교훈들은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앞으로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뿐 아니라 9차 전력수급계획 등에서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얼마나 구체적인지에 따라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목표도 그만큼 더 현실적이고, 오히려 계획보다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작성 : 2018년 08월 06일(월) 09:47
게시 : 2018년 08월 07일(화) 08:37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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