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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만난 사람)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사고사망자 절반줄이기, 중대재해 집중한 진일보한 정책”
안전 확보 위해 구조적 접근과 국민적 참여·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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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 산재로 인한 경제손실추정액 연간 약 22조원 등 부끄러운 지표는 ‘성장’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놓고 달려온 한국 산업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고도화가 이뤄지는 동안 수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전반적인 재해 발생률은 매년 감소 추세에 있지만 크고 작은 사고들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국정 어젠다에서 산재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에서 “사각지대에 가려진 근로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안전한 일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산재공화국’이란 오명에서 탈피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산재 감소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현 정부의 목표를 이행해야 할 이들의 어깨는 전에 없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로, 노동부 정책자문위 위원·안전보건연구원 원장 등 안전보건 분야에서 중책을 맡아온 그는 지난해 말 안전보건공단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우리나라의 산업 안전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취임 8개월 차를 맞은 박 이사장을 만나, 국내 산재 분야의 현실의 짚어보고 향후 전망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8개월 차를 맞으셨습니다. 그간의 소회를 말씀해주신다면.
“지난 8개월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짧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부족해 절박함이 커졌지만, 그만큼 의욕도 강해졌습니다. 요즘 들어 ‘일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많은 과업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전략적으로 해나가야만 하니까요, 그게 이사장의 책무이기도 하고요.”

▶산재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선진국과 자주 비교되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9만명 가까이 재해를 입고, 사고사망자도 거의 1000명에 달하지요. 이를 일단위로 환산하면 매일 240여명이 부상을 입고, 3명 정도가 사망한다는 얘기인데,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무척 심각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심각성은 통계치에서도 드러납니다. 국가별로 산출식이 달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사고성 사망만인율을 비교해보면 한국이 미국, 일본, 독일 등에 비해 2~3배 높습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지요. 22조원에 달하는 손실액은 경차 150만대를 구입해 사회복지단체에 지원하거나, 연봉 2000만원 노동자 100만명을 1년간 고용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단순히 당위성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로서 산재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죠.”

▶정부에서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겠죠. 이러한 정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정부가 국가 안전의 국정목표로 2022년까지 ‘자살, 교통사고,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절박하고, 가장 필요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산재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인력, 재원, 시간 등의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죠. 중대재해에 집중해 실질적인 안정성 제고를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정책이라 평가합니다.”

▶일각에선 이번 정책을 두고 경미한 재해를 간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산재 예방이 실효성을 띠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과 최우선적으로 개선 가능한 것. 이 두 잣대에 따라 예방 정책을 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죠.
선택과 집중 없이 무차별적으로 예방 정책을 펴면 실효성이 떨어짐은 물론이고, 더 큰 혼란을 빚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운전을 생각해보죠. 현행법에선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을 보도록 돼있지만 실상은 다르죠. 오히려 법을 다 지키라고 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교통 혼잡이 빚어질 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꼭 지켜야 하는 것부터 지키게 해보자’, 그런 관점에서 음주운전 단속 등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는 것이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사회에선 우선적으로 중대사고와 사망사고부터 막는 게 중요합니다. 이번 정부의 산재 예방 목표가 ‘사망사고’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우리 사회가 정말 안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국민들이 보낸 시그널을 정책에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단에서는 이 같은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까.
“올해부터 가능한 모든 사업은 사망사고 감소를 위한 사업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를 위해 산재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해 사고사망 발생형태에 대한 철저한 산재 분석과 실태조사를 실시했죠. 그 결과 사고가 많이 나고, 사업대상이 명확하며, 사업효과성이 뚜렷한 ▲추락 ▲충돌 ▲질식을 3대 악성 사고사망으로 정하고, ‘권한을 가진 자와 책임이 있는 자’가 안전보건의 책임을 지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공단의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자수 500명대 진입과 사고 사망만인율 0.27‱ 목표를 달성해 노동자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환경을 보장하고, 기업에는 산재감소로 인한 생산성 증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선 특히 건설현장의 안전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재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건설업에서 발생하기 때문인데, 이를 위한 대책도 마련되고 있는지.
“건설현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죠. 지난해 발생한 사고사망자 964명 중 560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으니까요.
통계치를 면밀히 살펴보면 사망사고 중 추락사고가 276명으로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그 중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가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됩니다. 작업발판과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불량비계에서 추락사망이 집중되고 있는 탓이죠.
공단에서는 건설업 사고사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불량비계 추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를 위한 집중적인 점검을 실시하는 동시에 재정·기술 지원을 병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원 범위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실제 사고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과 함께 구조적인 문제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위험이 하청에 전가되는 ‘위험의 외주화’가 대표적이죠.
“동감합니다. 올해 초 발생한 포스코 질식사망사고, 부산 엘시티 현장 추락사고의 공통점은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라는 점이죠. 문제는 하청업체 노동자 스스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순히 그들에게 ‘조심하라’고 얘기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는 조치입니다.
특히 원천적으로 시설, 설비 또는 기계가 불량하거나 유독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현장 등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고 하청업체 노동자나 협력업체 노동자를 작업하게 한다면 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래서 원청이 하청에게 일을 시킬 때는 자기 사업장이나, 자기의 시설, 설비, 기계,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것처럼 안전관리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사업장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라면 주체가 누구이든, ‘장소와 시간을 통제하는 자’가 안전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죠.
정부에서 지난 2월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 제한 및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시 수급인과 동일하게 처벌 수준을 상향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산안법 전부개정안 논의에서 드러났다시피, 노사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현장 안전 확보는 요원하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습니다.
“노사 간의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다만 양측 모두 안전과 보건은 총론에서는 이견이 없다고 봅니다. 제한된 파이를 나눠가지는 게 아니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안전은 현장 사람이 실행주체가 되다보니 다른 사안들보다도 문제를 풀기가 어렵고 복잡한 게 사실입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서 계속적으로 마찰을 빚는 이유죠.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이러한 논의를 일단 테이블 위로 올려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은 모두가 공감하고,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어떤 길이 가장 바람직하고 효율적인가’를 이야기하다보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전이 대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터라 정부의 정책과 이행 성과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안전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불량과 불안전 문제가 산적해 있고, 아직도 우리들의 인식, 태도, 관행에 안전을 소홀히 하는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전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까닭이죠. ‘안전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관심과 참여를 통해 완성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찬가지로 사업주 여러분에게는 안전이 현대사회에서 기업 경쟁력의 필수적인 요소가 돼 가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을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 2018년 07월 29일(일) 18:51
게시 : 2018년 08월 07일(화) 09:24


김광국 기자 kimgg@electimes.com        김광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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