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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태 박사의 월요객석) 러시아 월드컵 한국 축구가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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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달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 (FIFA) 랭킹 1위인 디펜딩 챔피언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2대0 승리를 거뒀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 독일을 이겼으니 한국 대표팀(FIFA 57위)은 기적을 만들어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대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영국 BBC는 “한국 승리로 독일을 제외한 전 세계가 즐거워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1승2패로 F조 3위에 그쳐 당초 목표로 했던 16강 본선 진출엔 실패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로선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 1위 ‘전차군단’ 독일을 완파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사실 독일과의 경기 전에는 한국 축구대표팀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이는 무력한 공격력에 빈번한 수비 실수를 드러낸 스웨덴·멕시코와의 조별리그 1, 2차전 패배 탓이다. 외국의 한 베팅업체는 한국이 2대0으로 승리할 확률보다 독일이 7대0으로 이기는 데 더 많은 사람들이 베팅할 것이라며 한국 축구를 조롱했다. 경기 전에는 더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이 이미 독일 승리라는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한국 축구팀은 추가시간으로 주어진 후반 48분에 김영권 선수가 결승골, 51분에 손흥민 선수가 숨 막히는 전력질주로 쐐기골을 넣어 경기 마지막까지 근성과 끈기를 보여줬다. 김영권 선수는 ‘국민 욕받이’ 수비수에서 독일을 무너뜨린 영웅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라운드를 누빈 모든 선수들은 독일 선수들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1, 2차전에서 볼 수 없었던 한국팀 특유의 불굴의 근성이 다시 살아났다. 사실 월드컵 예선에서 중국, 카타르에도 졌던 한국이 세계 1위 독일을 어떻게 이겼을까? 한국팀은 볼점유율, 슈팅 등 각종 지표에서 독일팀에 모두 뒤졌는데 유일하게 ‘달리기’에서 앞섰다. 스웨덴 1차전에서 103km,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99km를 뛰었던 한국 대표팀은 독일과의 3차전에서는 무려 118km를 뛰었다. 독일 선수들보다 3km를 더 뛰었다. ‘욕받이 수비수’로 불리던 김영권 선수는 “동료들이 못 뛰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까지 더 뛰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특히 이날 골키퍼 조현우 선수는 독일의 유효슈팅 6개를 모두 막아내는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쳐 세계 정상급 실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또한 독일전 기적 승리에는 ‘독일통’ 차두리 코치의 역할도 주목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차두리 코치는 한국 축구 영웅 차범근 전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차 코치는 분데스리가에서 뛰기도 했고, 또 선수 은퇴 이후 지도자 자격증도 독일에서 받았다. 그는 독일 전력 분석에 최적임자이다. 독일전 경기 내내 독일 선수들의 공격 방향과 패스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벤치에 전달했고, 이를 참고하여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뛰어 승리를 하였다.

독일전의 승리로 16강 진출에 못지않은 한국 축구의 마지막 자존심을 살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한국팀은 스웨덴전 당시 단 1개의 유효슈팅도 뽑아내지 못할 만큼 무기력했고, 경기 전술도 월드컵 본선에 9회 연속 진출한 팀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1, 2차전 패배를 보고 박지성은 “ 10년, 15년 이후를 내다보는 대대적인 구조개선을 하지 않으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되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전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엄청난 투지는 칭찬해야 마땅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우리는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투혼만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국내 축구팬들의 의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최선을 다해 뛰었는데도 쏟아지는 악의적인 댓글이 대표팀 선수들의 마음을 짓누른다. 앞으로 국내 축구팬들은 악플보다는 선플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은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의 4강인데, 당시에는 홈그라운드의 이점, 거스 히딩크 감독, 또 열광적인 응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원정 최초로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2010년 이후부터 한국 대표팀의 목표는 16강 진출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조별 예선을 치렀으나, 1무 2패의 성적으로 예선 탈락했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도 16강 진출이 당초 목표였다. 이제 한국 축구는 한 단계 도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切問而近思’구절이 생각난다. 한국축구에 대해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그 해답이 보일 것이다.
작성 : 2018년 07월 19일(목) 10:56
게시 : 2018년 07월 20일(금) 08:53


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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