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침향외전, 냉면의 한 장면.
연극 침향외전, 냉면의 한 장면.

지난 1994년 예음상 평론상을 받으며 평론가로 등단, 1997년 ‘새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로 삼성문학상 희곡상을 받으며 극작가로 이름을 알린 김명화 작가.

25년간 평론가와 극작가로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온 김명화 작가가 지난해 ‘극단 난희’를 창단하고 연출가로써의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김명화 작가가 창단한 극단 난희는 창단공연으로 ‘침향외전, 냉면’(이하 냉면)을 ‘권리장전 2018 분단국가’ 행사에 참가한다. 권리장전은 지난 2016년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연극인들의 축제다. 2018 분단국가라는 주제 아래 11편의 다양한 작품을 7, 8월 두 달에 걸쳐 연우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극단 난희가 공연하는 냉면은 지난 2008년 첫 공연된 김명희 작가의 작품 ‘침향’의 10년 후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침향은 한국전쟁 당시 국군을 피해 지리산으로 도망간 주인공 강수가 56년 만에 고향을 찾는 이야기다. 김명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데올로기와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이 겪었던 씻기지 않는 아픔을 절제된 필체로 담담히 그려냈다.

침향이 첫 공연한지 10년이 흘러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거쳐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이 돼 가고, 북한 주민을 위한 남한 가수의 평화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냉면은 이 모든 꿈같은 일들이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 침향의 세계관을 이어 연극으로 만들었다. 극단 난희는 냉면을 통해 한 작가가 분단을 소재로 작품을 창작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다이스트의 창작방식처럼 의도나 논리를 떠나 ‘분단’과 ‘통일’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연상시키는지 묻는 것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관객으로부터 출발한 다양한 단어들을 모티프로 관객과 함께 작품을 완성해가는 냉면은 한국의 현대사와 그것이 개인에게 미친 상처와 영향력을 깊이있게 성찰했다.

극 중 작가로 등장하는 난희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종전, 평화 무드에 자연스레 이모를 떠올린다. 난희는 10년 전 침향이라는 작품에서 월북한 남편을 둔 굴곡진 삶을 살다 간 이모 애숙의 이야기를 그린 바 있다. 극 속에서 난희는 이데올로기와 무관한 삶을 살던 민초들이 원하지 않는 삶을 강요당한 슬픈 역사와 2018년의 달라진 세상을 비교하며, 우리들의 서글픈 지난 역사를 반추한다.

‘툇마루가 있는 집’, ‘제향날’, ‘빨간 시’의 강예심 배우가 다역을 맡아 열연하며 노련한 배우의 모습을 뽐낸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시선 사이’의 영화배우 서영화가 냉명을 통해 오랜만에 대학로 무대에서 감동적인 연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송영근, 박희은(레니자), 권일 등 배우가 출연해 분단의 상처와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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