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바다 위 변전소 ‘해상풍력’ 상생 롤 모델 되나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해역에 위치한 서남해해상발전 실증단지에 아시아 최초 해상변전소가 세워졌다. 사업을 맡은 한국해상풍력은 올해 8월 안에 서고창 변전소와 케이블을 연결해 육지에서 전기를 끌어다 변전소 시범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해역에 위치한 서남해해상발전 실증단지에 아시아 최초 해상변전소가 세워졌다. 사업을 맡은 한국해상풍력은 올해 8월 안에 서고창 변전소와 케이블을 연결해 육지에서 전기를 끌어다 변전소 시범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를 통틀어 처음으로 바다 위에 변전소가 지어졌다.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해역에 위치한 서남해해상풍력 얘기다. 해상발전소는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여는 문이 될 수 있을까. 태풍 쁘라삐룬이 막 지나간 초여름,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찾았다.

◆ 첫 해상변전소 … 대단지 해상풍력 발판될까

비가 올까 걱정했던 마음을 뒤로 한 채 올라탄 작은 고깃배는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30여분을 달렸다. 흐린 하늘과 바다 사이로 천천히 반가운 모습이 차례로 드러났다. 해상변전소를 시작으로 오른쪽으로 늘어선 풍력발전기들이 바다 한 가운데 솟아있었다.

해상변전소에 올라가기 위해 배를 변전소 입구에 정박했다. 발을 처음 디딘 곳은 어세스 데크(access deck). 변전소의 오수정화시설이 위치한 곳이다. 배에서 내려 구조물에 발을 딛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다가 바로 발밑에서 출렁였다. 펜 하나만 떨어뜨려도 그저 바다 속으로 사라질 터였다.

변전소는 총 4개 층으로 이뤄졌다. 배를 정박하고 올라선 어세스 데크 위에 있던 셀라 데크(Cellar Deck)에는 변전소를 운영하기 위한 전반적인 설비가 들어섰다. 보안을 이유로 기자에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육상과 연계되는 통신, 유지보수를 위해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시설 등이 갖춰졌다.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곳이다. 비상발전기나 담수화설비, 소화 장치 등도 이 층에 들어섰다.

3층은 메인데크(Main Deck)다. 변전소에서 가장 중요한 설비인 변압기(154kV급)와 가스절연개폐장치(GIS, 23.4kV급)가 위치한다. 풍력발전기가 만들어내는 22.5kV의 전압을 154kV로 바꿔 육지 변전소로 보내는 일을 한다. 변전소 안내에 나선 김현일 현대건설 공무부장은 “22.5kV가 그대로 송전될 경우 손실이 생기므로 이를 막으려 변압기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심이 낮고 바람의 질이 좋을 것, 그리고 변전소간 이격거리가 짧은 것. 이 세 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부지가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곳이다. 서남해해상풍력단지는 세 가지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수심이 낮고 바람의 질이 좋을 것, 그리고 변전소간 이격거리가 짧은 것. 이 세 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부지가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곳이다. 서남해해상풍력단지는 세 가지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사실 실증단지는 구시포항에서 1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해상변전소를 반드시 설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해상풍력은 1차 실증단지(60MW)에 이어 2차 시범단지(400MW), 확산단지(2000MW)가 들어설 것을 고려할 때 해상변전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해상변전소는 이후 20기의 발전기(각 3MW)들이 만들어낸 전력을 모아 서고창변전소로 보내게 돼 있다.

앞으로 해상변전소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변전소 건설을 맡은 박용섭 현대산업스틸 소장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각지에서 해상풍력 단지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해상변전소 운전 경험은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굴러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한 칸 씩 계단을 세며 올라가기를 여러 번, 맨 윗층인 루프 데크(Roof Deck)에 올라섰다. 난간에 가까이 가니 설치를 마친 발전기들과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발전기들이 한 눈에 보였다. 무엇보다 먼 바다에 나와있다는 게 실감날 만큼 편안한 고요함이 귀를 먹먹하게 했다. 일행이 말을 하지 않는 순간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듯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발전기들만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의 해상변전소는 높이만 20m가 넘는 대형 설비다. 맨 윗층까지 오르기 위해선 가파른 사다리와 계단을 여러번 올라야 한다.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의 해상변전소는 높이만 20m가 넘는 대형 설비다. 맨 윗층까지 오르기 위해선 가파른 사다리와 계단을 여러번 올라야 한다.

◆ 소음 기준 지키고, 어족 자원은 늘었다 … 상생도 될까

이렇게 조용한 바다에서 공사 중 소음은 어땠을까. 공사를 맡은 김현일 공무부장은 “파일 항타 작업 등 주요 작업 시엔 공인 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음을 계측해 기준선을 넘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수중 소음기준치는 작업장 10m 이내 210dB이 최대치다. 주로 지하철 내 소음이나 전기톱 소음을 100dB로 친다. 그는 “주변에 민가가 없으니 소음이 큰 기초항타 작업을 1~2일 진행하긴 했지만 암반층부터는 저소음 드릴링 공법을 사용해 소음을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공사를 진행한 이들에 따르면 해상변전소 주위엔 어족이 공사 이전 보다 더 늘어났다. 박 소장은 “해상변전소가 가장 먼저 지어져서인지 바다와 닿는 자켓 부분에 굴이나 따개비 등 부착생물이 많이 붙어있다”며 “조류가 매우 빠른 곳임에도 불구하고 생물들이 생겨났다는 건 기초 구조물이 어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서남해해상풍력은 주민들의 반대에 공사 지연을 겪고 있다. 바다 곳곳에 설치된 발전기들이 해당구역에서 많이 잡히는 병어 등의 진로를 방해해 어획량이 줄어들 것이란 게 주된 이유다. 이에 반해 한국해상풍력은 주민들의 어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병어의 진로가 발전기 때문에 완전히 바뀐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더 많은 어족자원으로 양식업 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경석 한국해상풍력 상생협력 TF 보상 담당 팀장은 “최근 연구용역을 통해 서남해해상풍력발전단지에 양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민들의 어업과 발전업이 상생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용역 결과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하지만 일시적인 보상이 아닌 지속적으로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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