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피동안전계통 SDA 획득 후 발주 가능성 ‘무게’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원전인 ‘SMART 원전’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SMART 건설 전 상세 설계’(PPE)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가 당초 계획인 피동안전계통에 관한 새로운 표준설계 인가(SDA) 절차와 SMART 원전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아닌 SDA 획득 이후 건설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늦어도 2020년 5월 예정인 SMART 원전 발주가 SDA 획득에 걸리는 기간만큼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6월 27일 업계에 따르면 SMART 원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의 왕립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이 지난 3월 경영컨설팅업체 아서 D. 리틀(Arthur D Little)에 SMART 원전의 사업성 평가를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서 D. 리틀이 최근 발표한 ‘Nuclear failures’ 보고서를 살펴보면 원전사업에서 건설비를 초과하는 요소로 ▲설계 완성 전 건설부터 시작하는 경우 ▲사업자 요건(Utility Requirements)을 만족시키기 위한 적절한 소통 없이 건설부터 시작하는 경우 ▲규제요건을 취합할 능력이 없고, 규제절차에 대한 확신 부족 ▲결과만 염두에 둔 채, 주기기 및 보조기기 제작자와 발주자 간 사전 조율 부족 ▲불투명한 사업 리스크와 확인된 리스크에 대한 지연 대응 등을 지적한다. 아서 D. 리틀이 사우디에 제공할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일 담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사우디가 이 보고서를 근거로 SMART 원전 사업 추진 방향을 기존 투 트랙에서 SDA 획득 후 발주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DA 획득 등 설계가 완성되기 전 건설을 시작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SMART 원전은 지난 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SDA를 획득했지만, 이후 안전성 향상을 위해 사고 발생 시 별도의 비상전원이 아닌 중력 등 자연의 힘으로 작동하는 피동안전계통을 접목했다. SMART 원전 개발자이자 초기 사업자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피동안전계통에 대한 SDA를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신청할 예정이다. 업계는 최초 SDA 획득에 대략 1년 6개월이 소요된 점을 미뤄봐 피동안전계통 SDA 획득에는 그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 SDA 획득이 불확실한 원전 사업을 추진하는 위험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피동안전계통에 대한 SDA를 획득한 후 발주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했다.

한국과 사우디 양국은 지난 2015년 3월 스마트 파트너십(SMART Partnership) 구축에 합의하고, 같은 해 9월 원자력연구원과 K.A.CARE는 PPE 협약을 체결했다. SMART PPE 사업은 오는 11월 완료되며, 사우디는 18개월 내 SMART 1·2호기를 발주할 예정이었다.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면서 SMART 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적극 나설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수원은 지난달 12일 ‘신사업 발굴 컨설팅 착수회의’에서 회사의 강점을 활용해 스마트 원전사업 등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발굴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도 줄곧 SMART 원전 건설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수원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SMART 원전사업과 관련해 사우디 정부기관으로부터 지속적인 사업 참여를 요청받았고, 사업구도와 표준설계인가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며 “사우디와 원자력연구원이 SDA와 건설허가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추후 필요할 경우 원자력연구원과 K.A.CARE와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MART 원전은 국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전무한 상황에서 해외 원전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원자력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원자력 생태계 유지를 위해 신규 원전 수주가 필요한 가운데 원자력계는 SMART 원전 사업 지연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김긍구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개발사업단장은 이에 대해 “피동안전계통에 대한 SDA 공식 신청은 관련 서류 준비가 필요하므로, 내년 상반기를 예상하고 있다. 최초 SDA 획득 소요기간을 고려할 때 1년 반이나 그 이상이 걸릴 수 있다”라며 “아직까지 사우디로부터 인허가 전략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했다. 국내 SDA 신청이 사우디 SMART 원전 건설과 연관이 있지 않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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