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매립 및 소각 위주의 과거 폐기물 관리정책은 재활용 확대정책을 거쳐 폐기물 에너지화로 변모되었다.

특히 2008년 환경부의 ‘경제살리기와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폐기물 에너지화 종합대책’수립으로 폐기물 고형연료 확대보급이 시작됐으며, 2016년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폐기물 에너지화는 더욱더 탄력을 받게 된다.

가연성 폐기물을 이용하여 만든 고형연료제품인 SRF(Solid Refuse Fuel)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폐자원 에너지의 하나로 정의되어 있다. 이에 환경부는 복수 지자체 발생 폐기물을 일괄 연료화하는 광역시설 및 단독시설에 대해 각각 국비 50% 및 30∼40%를 지원하고 폐기물 에너지화 연구개발활동을 지원하는 등 SRF 확대 보급을 추진해 왔다. 산업부도 SRF 열병합발전에 REC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SRF 활용 확대를 지원했다. 이에 SRF를 제조하는 시설이 140개가 넘게 되고 여러 에너지사업자들이 SRF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착수하는 등 SRF 활용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지역민원에 의해 SRF 사업추진이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의 폐기물 고형연료 보급정책은 작년부터 퇴보했다. 지자체와 국회는 폐기물 고형연료에 대한 정책지원 중단 법제화까지 시도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법적 분쟁 중이다. 지역주민 및 지자체의 반발에 중앙정부는 조정능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SRF 억제 움직임을 보이다가 급기야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SRF 억제 대안을 끼워 넣어 SRF 논쟁은 미세먼지 이슈로까지 확대돼 불난 집에 바람까지 불게 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이 발생하면서 4월 환경부는 SRF REC 가중치 상향 조정을 통해 SRF의 경제성을 높여 재활용 생활쓰레기의 수거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5월 RPS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SRF에 대한 REC 가중치 하향 조정을 발표했으며 일각에서는 SRF REC 가중치를 아예 없애겠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재정 지원을 믿고 SRF 시설에 투자를 한 사업자들은 정부의 갈팡질팡 SRF 정책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재활용 생활폐기물 수거 대란이 또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SRF 정책 전반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를 통해 몇 가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첫째, 현재 큰 갈등을 빚고 있는 나주, 충남, 원주 SRF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사업자와 지자체에게만 맡기지 말고 중앙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SRF 열병합발전소가 완공됐다면 열병합발전소를 폐기하기 보다는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아직 착공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자금이 투입된 곳이라면 충분한 보상을 전제로 LNG로 연료전환을 하던가 아니면 당초 계획대로 착공을 유도해야 한다. 많은 자금의 투입 없이 허가만 받아 놓은 경우는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둘째, 폐기물이 발생한 지자체, SRF 제조시설이 입지한 지자체, SRF 활용시설이 입지한 지자체가 서로 상이한 경우 남의 동네 쓰레기를 왜 우리 동네에서 태우냐는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3가지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실제로 3가지가 일치하는 지역에서는 갈등없이 폐기물 발생량도 줄이면서 지역주민에게 열과 전기를 값싸고 안전하게 공급하고 있다.

셋째,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선의로 투자한 사업자를 어렵게 만들고 지역 내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위협하는 방식의 급격한 정책 변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누가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예상되는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한 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SRF 열병합발전의 사회적 편익을 정량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즉 생활폐기물을 단순 소각 또는 매립하는 것과 친환경 배출저감설비를 완벽하게 갖춘 SRF 열병합발전을 통해 열과 전기 생산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환경 측면에서 더 나은지를 따져봐야 한다. 특히 대표적 분산전원이자 저가 열생산 시설인 SRF 열병합발전이 국민들에게 주는 혜택 또한 따져볼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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