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이사회, 경영현안 설명회서 의결…노조・지역주민・정치권 강하게 반발

15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경영현안 설명회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이사회 결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15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경영현안 설명회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이사회 결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4기 백지화에 ‘대못’이 박혔다. 이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확정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6기 백지화가 포함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지난 15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경영현안 설명회’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사업 종결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은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해왔다”며 “월성 1호기는 후쿠시마 사고와 경주 지진에 따른 강화된 규제환경과 최근의 낮은 운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계속가동에 따른 경제성이 불확실해 조기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지·대진원전의 경우도 경영상 불확실성을 조속히 없애고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사업을 종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에 대해 “월성 1호기 운영허가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종적인 폐쇄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2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신규 원전 사업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전원개발예정구역지정고시 해제를 정부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지난 2012년 설계수명 30년이 다했지만,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2년 11월까지 수명연장을 결정했다. 월성 1호기는 지난해 5월 28일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돌입해 현재 가동을 멈춘 상태다.

한수원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이다. 지난 4월 취임한 정 사장은 수차례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출 뜻을 내비쳤으며, 지난달에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천명된 만큼 공기업인 우리 회사는 그 틀 안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재확인 바 있다.

한편 한수원 이사회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백지화가 결정된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이사회 안건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한수원, 월성 1호기 경제성 없다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이유로 낮은 경제성을 꼽았다.

월성 1호기는 지난 2012년 설계 수명 만료에 앞서 2009년에도 경제성 검토를 받았다. 당시 검토 결과 높은 경제성이 확인되면서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 결정이 났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월성 1호기의 발전 원가는 ㎾h당 약 120원인데 반해 판매단가는 약 60원 수준이다. 판매단가가 발전원가의 절반가량에 불과해 월성 1호기는 가동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났다”며 “경주 지진이 발생하면서 점검 기간이 길어졌고, 이에 가동률이 40%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휘수 발전부사장은 “2009년 경제성 평가 때는 할인율 7%를 적용했지만, 이번에는 회사 재무 전망에 사용한 4.5%를 적용했다”며 “무엇보다 원전가동률이 중요한데, 2009년에 전망한 원전가동률은 85%였지만 최근 3년간 월성 1호기 가동률은 약 57%이다”라고 밝혔다.

◆한수원 노조·지역 주민 반발

한수원 노조를 비롯한 지역주민, 정치권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의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난 14일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수원 노조는 “대통령 공약사항에 짜 맞춰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근거한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다면, 이는 원천무효임을 천명한다”며 “수천억원의 국민혈세를 낭비해버리는 부도덕한 이사진들에게 한전주식을 소유한 지역주민, 원전종사자, 일반국민 대규모 소송인단을 구성해 이사진들에 대한 민형사상 손해배상 청구, 고소, 고발 등 모든 법적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17일 발표한 긴급 성명서에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정부 여당이 지방선거 압승을 거둔 다음 날 바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과거 탈원전 정책을 또 다시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며 “국고 낭비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지게 되는 것인지 문재인 정부에 따져 묻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경주 감포읍발전협의회와 경주JC 등 단체 대표 10여명은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지역민의 동의를 얻어서 추진해야 한다. 산업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주민과의 면담에서 ‘월성 1호기 폐쇄는 지역민과 충분히 소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끝내 약속을 저버렸다”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원전정책을 급격하게 전환하면 지역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경주지역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와 한수원이 100%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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