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는 일자리, 소득주도,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4대 축으로 설계됐다. 가계의 소득을 늘려 소비가 늘면 투자와 생산, 일자리가 함께 늘어나는 국민경제의 선순환을 복원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골자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고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혁신·공정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사람 중심의 경제’, 그래서 온전한 지속성장을 실현하는 게 J노믹스의 완성된 그림이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한 것은 정책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로 볼 만 하다.

소득은 ‘성장의 열매’라고 보는 기존의 프레임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과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금과옥조처럼 여겼다. 정부는 해외에서 차관을 들여왔고 대기업은 독과점 지위 속에 거대 자본을 축적했다. 국민에겐 그저 ‘잘살아보세’를 외치며 욕망을 자극하는 걸로 충분했다. 수출은 애국이었고 양담배와 외제차는 죄악시됐다.

당연히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을 높여 경제성장을 추진했던 적은 없다. 산업화 시대에 굳건해진, 수출과 대기업이 주도한 낙수(落水)효과를 진리처럼 여겼다.

반면 소득주도 성장은 ‘소비 증가→생산 확대→투자 증가→일자리 확대→소득 증가’의 선순환, 즉 내수와 가계가 성장을 주도하는 분수(噴水)효과를 기대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겨우 1년이 지났다.

○…최근 불거진 최저임금 인상 효과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결과와 관련,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인상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하자,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월급 받는 근로자의 소득은 늘었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실업자 등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은 감소했기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비판이 나올 여지가 많다.

자영업자나 실직자는 빼고 일반 근로자 가구 통계를 근거로 효과를 논하는 건 다소 부적절 하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는 근거이기도 하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전부인양 확대 해석하는 것도 곤란하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이다. 가장 낮은 위치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물망을 치는 것이다.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특히 더 이상 수출이 성장 엔진으로 작동하지 않고, 대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투자와 고용증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그래서 소득에 비해 복지 수준이 열악한 현 대한민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낙수효과’는 이제 기댈 대상이 못된다. 경제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격차의 확대,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이를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소득주도성장은 새로운 실험인 동시에 선택지가 없는 단 하나의 길로 보인다.

왜냐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재벌 중심의 개발 모델과 동의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시장에 맡기자는 얘기는 언뜻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이미 출발선이 다른 상황에서 대단히 공정하지 못하다.

더구나 재벌이 국민경제의 중심일 때, 재벌이 위기에 처하면 정부는 내키지 않아도 살려줘야 한다. IMF 시절처럼 국민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에 매우 익숙한 재벌 대기업이 스스로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재벌 중심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정부와 국민은 언제든 그들의 볼모가 될 수 있고 보험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른다.

물론 아무리 방향이 옳아도 방법이 정교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방향 자체를 바꿀 필요는 없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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