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지난해 세계적으로 178GW의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설치되었다. 태양광만 98GW가 신규 설치되었는데 화력발전과 원자력을 합친 신규 용량보다 더 많았다. 발전부문 투자의 2/3 이상이 재생에너지에 투자되었다. 태양광 신규 투자액은 1608억 달러로 원자력 420억 달러와 화력발전 1030억 달러를 합친 금액보다 더 많았다. 풍력 투자액도 1072억 달러에 달했다. 대수력까지 포함하면 재생에너지 발전부문에만 3100억 달러가 투자되었다.

REN21이 6월 4일 발표한 ‘세계 재생에너지 현황 보고서 2018’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발전부문 신규 투자를 확실히 주도하고 있다. 2017년 세계 전력생산의 26.5%를 수력, 풍력, 바이오매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차지하였다. 재생에너지 분야 직간접 일자리 수도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에너지 빈곤에 대응하기에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 대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액은 2015년 3230억 달러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신규용량은 늘었지만 태양광 설비 가격의 하락 때문에 신규 투자액은 2800억 달러에 그쳤다. 재생에너지 투자액의 64%가 중국, 미국, 인도 세 나라에 집중될 정도로 시장도 편중되어 있다.

파리협정이 화석연료에서 저탄소 에너지로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지만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 지출하는 보조금은 아직도 재생에너지 보조금의 2.6배에 달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태양광 신규용량이 전년 대비 29%나 증가했지만 중국을 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중국은 무려 53GW의 태양광을 설치하여 세계시장의 54%를 차지하였다. 미국, 인도, 일본, 터키, 독일, 호주, 한국 등 상위 10개국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이 태양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풍력은 지난해 52GW가 설치되어 2015년 이후 연속적으로 신규용량이 감소하였다. 풍력시장이 정체되는 가운데에 해상풍력 신규용량은 4.3GW로 2016년 2.2GW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다. 풍력시장에서 해상풍력의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중국은 약 20GW의 풍력을 설치하였고 미국, 독일, 인도, 영국, 브라질, 프랑스 등 상위 10개국이 신규용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태양광과 풍력 시장에서 상위 10개국의 비중이 90%가 넘을 정도로 재생에너지 시장은 편중되고 취약하다.

하지만 이런 약점은 동시에 기회를 의미한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력이 큰 셈이다. 태양광 발전단가는 지난 15년간 1/7로 떨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이 가장 경제적인 발전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만간 대부분의 국가에서 태양광은 경제적인 발전방식으로 환영받을 것이고 10억 6000만 명에 달하는 개도국과 최빈국의 전력 빈곤 인구를 줄이는 데 가장 경쟁력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이미 전력망이 구축되지 않은 아프리카나 동남아 농촌지역에서 태양광 전등과 소형태양광시스템은 가장 효과적인 전력공급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REN21도 지적했듯이 발전부문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지만 냉난방과 수송 부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냉난방은 최종 에너지소비의 48%를 차지하며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냉난방 분야에서 현대적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10%에 불과하며 증가세도 매우 미미하다.

수송부문은 최종 에너지소비의 32%를 차지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석유를 바이오연료로 대체하려던 기존 대안은 한계에 직면했으며 전기차가 수송부문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하면서 동시에 발전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 결국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전기차가 운행될 것이다. 2017년에 약 123만대의 전기차가 보급되어 세계적으로 약 300만대의 전기차가 운행 중이다.

발전, 냉난방, 수송부문 간의 융합이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 전환에서 핵심적인 과제로 부상 중이며 에너지저장, 스마트그리드 등 스마트 에너지기술이 부문 간 융합에 기여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스마트 에너지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동적인 세계 에너지 전환 시장은 뒤늦게 뛰어든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