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출판계마저 '접수'하고 있다. 5일 현재 제임스 도티(63)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외과 교수가 쓴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가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종합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우울증에 시달린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한 자신이 동네 마술가게에서 '루스'라는 할머니를 만나 마음을 변화시키는 '마술'을 배우게 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2016년 7월 번역, 출간됐다. 미국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에 실린 '매직숍'이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늘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21)이 참여한 곡으로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를 위해 썼다. 도티는 방탄소년단이 자신의 책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 트윗을 리트윗하고 방탄소년단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스타가 되기 전부터 '고전문학을 읽게 하는 아이돌'로 통했다. 특히 2016년 10월 발매한 정규 2집 '윙스(WINGS)'는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데미안'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제목처럼 방탄소년단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날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앨범이다.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세계의 균열을 인식하면서 겪는 성장담을 철학적으로 담아냈다. 앨범과 책의 내용이 맞물리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데미안' 읽기 열풍이 일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리버 RM(24)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루키의 장편 '1Q84'에서 영감을 받은 곡 '바다'를 작년 9월 발매한 '러브 유어 셀프 승 '허''에 실었다. '희망이 있는 곳에 시련이 있다'는 구절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뮤직비디오 작업에도 독서 경험을 투영한다. 작년 2월 발표한 '윙스 외전: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의 수록곡 '봄날' 뮤직비디오의 몽환적이고 허무한 이미지는 어설라 K 르 귄의 '바람의 열두 방향' 속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소설 속 지명 '오멜라스'가 뮤직비디오에 네온사인으로 등장한다. 누군가 누리는 행복이 다른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소설의 주제의식을 차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음악 관련 자유기고가 박지원씨는 저서 '아이돌을 인문하다'에 방탄소년단의 '봄날'을 언급하면서 "함께 아파할 줄 알고, 때로는 실수하면서도, 누군가의 슬픔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존재야말로 가장 강한 영웅이다. 방탄소년단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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