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자회사 설립시 정부 정책 따라 다시 매각 우려…직접 고용해야
기업노조, 직접 고용 원칙이지만, 공공기관 정원과 재원 확대 해줘야 가능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최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기에 처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부 책임 촉구 및 공공운수노조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최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기에 처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부 책임 촉구 및 공공운수노조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후 공공기관들은 노·사·전문가협의회를 발족해 정규직화 세부 실행방안 수립에 돌입했다.

현재 재원, 임금 등 처우개선과 자회사 조직, 채용 등 운영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정치권과 민주노총 등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고용을 주장하면서 협의에 애를 먹고 있다. 또 다른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측은 직접고용이 원칙이지만, 이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원과 재원 확대를 해줘야만 가능하다며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쟁점1. 발전정비 사업 등 정규직 전환 예외사유 여부

당초 정부는 파견과 용역에 한해서만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보고 경상정비와 계획예방정비의 경우 민간 전문 기술·장비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다 한전KPS라는 공기업이 존재하는 탓에 향후 논의키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한전산업개발이 주로 수행 중인 석탄취급설비 및 연료환경설비 위탁운전의 경우 과거 발전사 직원들이 직접 업무를 수행해 왔고, 발전소에서 상시 이뤄지는 업무여서 정규직 전환에 대해 발전사 내에서도 거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노동단체 등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부 인력이 입찰결과에 따라 인력이 소속만 바뀔 뿐 상시적으로 남아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발전정비 인력까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민중당 김종훈 의원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등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생명안전 핵심업무인 원전·발전소 정비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 국민생명안전 분야인 민간발전시장 경쟁체제를 폐기하고 공공성을 강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박태환 발전노조 위원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초 정부는 공기업의 몸집을 줄이고 비용절감, 민간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발전정비를 외주화했다”며 “하지만 비용절감 효과는 별로 없고, 입찰 결과에 따라 정비인력의 소속이 바뀌면서 책임감도 낮아 정비 품질도 떨어지는 등 전력공급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어 이들의 직접고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발전사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회사에서 정비 업무를 직접 수행할 경우 당장 한전KPS와 민간정비업체가 문을 닫게 된다”며 “정부 정책도 발전정비 시장 경쟁 활성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다 하루아침에 바뀔 경우 시장에 미치는 혼선이 심각해진다”고 밝혔다.

◆쟁점2. 파견·용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형태

공공기관들은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를 통해 청소, 시설관리, 소방방재, 경비인력의 경우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확정하고, 자회사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었다.

정규직 직원 숫자가 2300~2400명에 달하는 발전사들의 경우만 해도 청소, 시설관리, 소방방재, 경비 등 파견·용역 근로자 수가 400~500명에 달해 이들을 모두 직접 고용할 경우 정원이 3000명 수준으로 많아져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민주노총 등에서 청소, 경비, 시설, 연료운전, 정비, 지원업무 등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 등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과거 한국남동발전의 발전정비 자회사로 설립된 한국발전기술(KEPS)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할 경우 정부 정책에 따라 다시 민간에 매각될 수도 있다”며 “공공기관에서 직접고용을 해야 근로 안정성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측과 기업별 노조 쪽의 입장은 다르다.

발전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간부급 이하 직원들은 임금체계가 호봉제여서 직접 고용할 경우 향후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 이는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속되고, 공공기관의 정년은 60세인데 청소근로자분들은 65~70세를 요구하고 있어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본업인 발전사업과 무관한 직종의 경우 직접 고용보다는 자회사 형태로 고용하는 게 정부 및 노조와 협의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별 노조 관계자도 “민주노총 산하의 발전노조가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해 파견·용역 근로자들의 직접고용과 발전정비 분야의 정규직 전환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상급단체가 나서서 근로자들을 현혹하면서 정규직 전환 노사간 협상이 지연되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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