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협회, ‘남북전기협력추진위’…전력망 공급 논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장치・마이크로 그리드 활용 등

지난 16일 열린 남북전기협력위원회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남북경협에 대비하여 전기시공업계의 철저한 준비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 16일 열린 남북전기협력위원회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남북경협에 대비하여 전기시공업계의 철저한 준비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남북한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서, 전력시공분야 협력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북한의 전력사정이 남한과 많은 격차를 보이다보니, 산업시설에 앞서 전력망 구성이 최우선 과제로 설정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7661MW로 남한의 10만5866MW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실제 발전량을 살펴보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남한은 5404억kWh인 반면, 북한은 239억kWh로 22배가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설비이용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대북지원시 구호 물자를 지원하더라도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사용하지 못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셈이다.

1970년대만 해도 남한에 비해 월등했던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1980년에 이르러 남한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북한의 설비용량은 1990년 이후 답보상태를 보이는 반면, 남한은 지속적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남한의 전력량은 현재 화력과 원자력에 집중되고 있으나, 최근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차로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북한은 수력과 화력이 전력 구성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생산량이 북한 주민이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전력 품질 또한 불안정해 새로운 발전 장치 구성 및 전력망 구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2011년 한국전기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220V 배전 전압은 177~209V이며, 110kV 송전 전압은 88~99kV다. 60Hz 주파수는 56.7~59.8Hz 혹은 51~54Hz 수준으로 똑같은 제품을 충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에서 남한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또한 전력이 꾸준히 공급된다는 가정하에서다.

현재 북한 발전설비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는 화력발전의 경우 배출되는 유해 먼지의 존재 또한 향후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많고, 발전설비 특성상 바닷물을 용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해안 쪽에 집중된 발전소 위치도 내륙 지방으로 전기공급을 하기에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력발전의 경우 가뭄 등의 물부족 현상으로 인해 꾸준한 발전에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2015년의 경우 ‘100년 만의 가뭄’으로 인해 전력생산력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이 보고되기도 했다.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원활한 전력공급을 위해 남한의 계통과 연결하는 것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개성공단 운영 시에도 남한에서 전력을 공급했다. 당시 개성공단 입주자는 “북한은 산업용 전력을 끌어오기 버거울 정도로 전력사정이 좋지 않았다”며 “출근 시 가정용 배터리를 공장으로 가져와 충전시켜 가는 것이 직원들의 일상적 모습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경협이 시작되면 현재 구성된 전력망을 보수해 사용할 수밖에 없겠으나, 장기적으로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장치와 마이크로 그리드를 활용해, 지역별 자체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기공사협회(회장 류재선)는 지난 16일 ‘남북전기협력추진위원회’를 개최하고, 차후 북한 전력망 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남북전기협력추진위원회는 변화하는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에 대응해 ▲민간차원의 전력인프라 구축 방안 및 협업 가능부분을 발굴하기 위한 정책 제언 ▲전기기술자 교류 협력 및 교육 인프라 위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 ▲ 남북 전기용어 통일 ▲기술기준 및 시공기준 표준화 자문 ▲대외활동 정책 방안 및 과제 설정 ▲자료 수집 및 연구 성과 보고서 작성 등을 통해 남북전기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 계획이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현재 북한의 전력 사정이 너무 안 좋기 때문에, 산업 운영을 위한 전력망 구축이 남북 경제 협력의 시작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한 전력 계통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계통연결을 통해 우선 산업 시설을 운영하고, 장기적으로는 마이크로 그리드를 활용한 설비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의 경우, 워낙 전력망이 노후화돼 있어 새것으로 교체하기보다는 소규모 자립 발전이 가능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마이크로 그리드를 구성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경우 2013년에 ‘재생에너르기법’을 제정하고, 오는 2044년까지 태양광·풍력·지열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500만kW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의 경우 부지 마련의 어려움과 지역민원해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이 확대되기 어려운 반면, 북한의 경우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행되면 폭발적으로 설비가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양강도 일대는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 분석되고 있으며, 평양 주변도 태양광 발전 설비가 들어서기에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해 지역 또한 겨울철에 풍량이 많아 풍력 발전소 개발지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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