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보급 확대한다면서 ... '임야 태양광 막고'
의무이행 쏠림 막기위해 '바이오 하향'

18일 산업부가 주최한 RPS 제도개선과 관련한 공청회를 두고 업계에서는 ‘새로운 게 없었다’는 반응이다. 예상됐던 대로 REC 가중치가 ‘태양광·풍력 재생에너지 확대, 바이오매스·폐기물 배제’라는 정부 기조 중심으로 개편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날 공청회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임야 태양광 가중치 신설’과 ‘바이오매스 유예기간’이었다.

◆ 산업부 자가당착…재생에너지 확대 외치면서 임야엔 태양광 ‘하지 마’

산업부는 임야 태양광의 경우 가중치 0.7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 설비로 인한 산림훼손으로 국민적 반발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번 정책이 산업부의 자가당착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에선 태양광 보급을 외치고 뒤에선 이를 금지하는 모순된 행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질의요청 기회를 얻은 한 발전사업자는 “임야태양광은 이미 지자체와 산림청에서 규제를 하고 있다”며 “산업부에서 가중치를 새로 설정한다는 것은 기존 (보급 확대라는) 입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려면 지자체와 산림청 등의 허가가 필요하다. 산림 훼손이 크게 걱정되는 입지에는 진작부터 개발 허가를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인데, 산업부가 나서서 이에 대한 채산성마저 없앤다는 얘기다.

게다가 산림청은 최근 산지 태양광 발전사업 수요가 높아지자 ‘일시사용승인’을 내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일시사용허가를 받으면 일정기간 발전 사업을 한 뒤 부지를 원상복구해놓아야 한다. 산림청 입장에서는 일시사용승인 제도를 활용한다면 밀려드는 태양광 발전사업의 수요를 관리하면서도 부지의 지목을 임야에서 잡종지로 바꿀 필요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산림청에서도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정책 변경을 고려하는데 오히려 산업부가 나서서 태양광 보급을 막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 대기업 신재생에너지개발 전문가 역시 “산림에 대한 태양광 개발행위는 지자체에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차라리 지자체에 태양광발전사업 관리를 더 엄격히 할 수 있는 권한이나 기준을 주고 (환경을 고려해) 사업이 될 곳과 안 될 곳을 구분하게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결국 피해를 보는 주체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금도 3MW가 넘는 태양광 발전설비엔 0.7의 가중치가 적용되므로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이번 조치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 담당자는 “산지에 태양광 사업을 하더라도 3MW 이상의 대규모 설비를 짓기 때문에 대형 사업자들은 이번 임야 태양광 가중치 신설에 타격을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임야 태양광 사업을 준비하던 예비사업자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고시개정일 6개월 이내에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경우 기존 가중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청회에서는 이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태양광발전업체 대표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려고) 토지 매입을 위해 수십억을 투입한 상황”이라며 “국가 전체를 믿고 투입지를 매매한 발전사업자로서 유예기간을 개발행위 허가가 아닌 접수 기준으로 놓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현철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단 단장은 “임야 태양광 가중치 0.7에 대한 사업자들의 부담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번 조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친환경적이고 주민수용적인 정책이 되도록 추진하기 위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과 과장 역시 “(태양광) 발전단가가 예전보다 낮아진 만큼 0.7이라는 숫자가 그렇게 무리한 숫자는 아니지 않냐”며 “지난 2014년 가중치 개정 전에도 임야 지역에 대한 가중치가 0.7이었던 바 있다”고 말했다.

이성호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실현해야 하는 주체는 산업부”라며 “‘신재생에너지 보급이라는 역할과 원칙을 생각할 때 이번 태양광 가중치 조정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바이오 혼소 ‘OUT’, 나머지도 유예기간 주고 ‘하향조정’

바이오에너지원의 가중치는 업계의 예상대로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의무이행 쏠림을 방지하고 수입산 우드펠릿 문제를 고려한 결과다. 특히 목재펠릿·목재칩이나 바이오 SRF 혼소발전의 경우 고시개정 즉시 가중치에서 제외된다.

공청회에서 논란이 된 것은 ‘유예기간’이다. 정부는 목질계전소 발전에 유예기간을 두고 서서히 가중치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목재펠릿·목재칩 목질계 전소의 경우 고시개정일 6개월 이내에는 기존 가중치인 1.5를 부여하고, 고시 개정일 6개월 후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1.0, 내년 하반기부터는 0.5로 가중치를 단계적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바이오 SRF 목질계 전소 발전 역시 현재 1.5에서 0.5로, 이후 0.25로 낮아진다. 정부는 이를 위해 유예기간 조건으로 공사계획인가와 착공신고를 완료하고 30개월 이내로 준공할 경우 구간별 가중치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청회에 참석한 발전사업자들은 ‘유예기간이 너무 짧다’고 항의했다. 한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자는 “대형 환경영향평가를 마쳐야하는 업체는 착공(신고) 후 건설기간을 30개월로 잡기에 빠듯하다”며 “환경단체나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조금이라도 지연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중간에 천재지변 등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기간을 30개월로 잡아놓은 것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한 대형 발전사 관계자 역시 “바이오플랜트의 공사기간을 못 맞췄을 때 가중치는 1.5에서 1.0으로 갑자기 내려간다”며 “사업 유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산업부는 바이오매스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쏠려 있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경호 과장은 이날 가중치 조정 배경과 방향에 대해서 “의무이행 비율을 놓고 봐도 바이오가 전체 36~37%가량을 차지한다”며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진정한 의미의 신재생 보급이 돼야 하는데, 이를 바이오매스(혼소발전)로 너무 쉽게 한다는 비판이 있었으므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책적 의지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석탄 혼소에 대한 추가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혼소 발전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석탄혼소발전의 투자 비용은 여타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비용보다 훨씬 적은데도 비슷한 수준으로 REC 가중치로 보전받는 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대기업 발전사업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정부가 석탄 혼소를 올해 안에 완전히 ‘아웃’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감사원 지적이 있어온 데다 다른 나라와도 비교할 때 바이오 혼소 발전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있어왔던 것이라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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