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 뛰어든 건 지금도 ‘나이스 초이스’였다고 생각”
LH 퇴직 후 LED기업 레젠 설립, 공기업 근무시절부터 조명과 인연
사업경험 짧지만 R%D에 역량 결집, 스마트조명 시장서 독보적 기술
후배들에 “가보지 않은 길 두려움 알아, 목표 갖고 도전해 보길” 조언

“후회한 적이 없냐구요? 지금도 그때의 결정은 ‘나이스 초이스(Nice Choice)’ 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2년 LH를 명예퇴직하고, LED조명기업인 레젠을 설립해 스마트조명의 선두주자로 키워낸 홍석기 대표는 공기업을 퇴직한 이후 제조업에 뛰어든 것을 후회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레젠은 PIR센서와 마이크로웨이브센서를 이용, 실시간 인체감지가 가능한 ‘지능형 LED옥외등기구’를 개발한 원조 스마트 조명기업이다.

“‘지능형 LED옥외등기구’에는 IC가 39개나 들어갑니다. 열과 모션을 모두 체크해 사람의 유무를 확인합니다. IT와 조명기술이 융·복합된 제품이죠. 앞으로 이 제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을 겁니다. 이미 베트남 수출을 추진하고 있어요.”

제조업 경험이 짧은 홍 대표가 최신의 스마트조명을 개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연구개발(R&D) 덕분이다.

매년 매출액의 8%를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홍 대표는 특히 정부의 개발자금 활용에 적극적이다. 최근 선정된 아시아하이웨이 사업을 포함해 지난 6년 간 이 회사가 지원받은 중기부 자금만 13억6000만원에 달한다.

연구개발에 대한 집념과 고품질의 제품 덕분에 레젠은 지난해 조달시장에서 가로등 부문 1위, 보안등 부문 4위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최근에는 PC소재의 하우징과 비대칭 리플렉터를 적용한 투광등을 세계 3번째로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조명사업에 투신하고 느낀 점은 조명시장이 ‘이윤 없는 프레임’에 갇혔다는 것입니다.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요. 망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죠. 내수시장만을 바라보는 조명업체라면 100%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홍 대표는 내수와 수출이 각각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 해외시장에 나가 승부를 걸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으며, 그 결실이 바로 ‘지능형 LED옥외등기구’다.

“돈에 대한 욕심은 없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것은 ‘내가 만든 기업을 옥외조명의 대표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 때문입니다. 레젠이 시장에서 인정받았을 때의 성취감과 쾌감은 LH 퇴직 이후 지난 6년 간 사업에 파묻혀 살아온 제 인생을 보상받기에 충분합니다.”

지난 1982년 토지공사에 전기직으로 입사한 홍 대표는 사실 잘 나가는 공기업 간부였다.

토지공사 전기부장, 용인사업단장, 군시설이전사업단장 등을 거쳐 LH의 위례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전기직으로는 쉽지 않은 사업본부장까지 역임한 것이다.

LH에서 전 직군을 통틀어 퇴직 이후 제조업체를 설립한 것은 홍 대표가 유일하다.

그랬던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LED조명 개발·생산에 뛰어든 이유는 ‘옥외조명 시장을 대표하는 기술기업’을 만들고 싶어서다.

홍 대표와 조명의 인연은 그가 공기업에 근무할 때부터 시작됐다.

홍 대표는 건설공기업에 몸담아 오면서 조명전기설비학회 이사, 국제조명위원회(CIE) 한국위원회 이사, 서울시 공공디자인본부 가로등 및 경관조명 자문, 일본 조명사 인증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고, 2권의 저서(고효율 조명기술, LED조명 실무)도 공저한 조명 전문가다.

지난해 1월에는 LED등기구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현재도 서울시 좋은빛위원회 위원, 인천시 경관위원회 위원, 한국공공디자인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똘똘한 LH 후배에게 레젠의 CEO를 맡길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가끔씩 후배들이 퇴직 이후 더욱 열정적으로 일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고 할 때가 있어요. 그런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자네들도 목표를 갖고 지금부터 준비하라고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한 이후의 성취감은 더욱 크죠.”

인생 후반전에 ‘옥외조명시장의 1등 기업’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도전에 나선 홍석기 대표. 그의 발걸음은 오늘도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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