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대형 이차전지 기업들 경쟁력 향상 ‘터닝포인트’ 될 것"
안전성시험에 대한 기업 인식 전환 및 제도정비 필요

에너지신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전기자동차와 ESS 등에 활용하는 중대형 이차전지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엔 중대형 이차전지 제품을 시험인증 평가할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외 기관에서 시험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국내 중대형 이차전지 시험인증 인프라 고민을 해소하는 길이 열렸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원장 정동희)은 최근 충남테크노파크에 중대형 이차전지 시험인증센터를 개소했다. 이 곳에는 중대형, 소형 이차전지의 안전 및 성능 시험을 할 수 있는 장비와 ISO/IEC17025 시험환경이 구축돼 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측은 해외기관에 의존해 온 중대형 이차전지 시험인증을 국내에서 실시함에 따라 시험비용과 기간 등을 평균 30%,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곳 중대형 이차전지 시험인증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석진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전력신산업기술센터장<사진>은 이번 인증센터가 국내 중대형 이차전지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최고 수준의 시험인증 장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보다 쉽게 시험인증을 받고, 양질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매진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시험인증기관과 적극적인 협력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해외 인증을 이 곳 시험인증센터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협의도 진행 중이에요. 논의가 잘 진행될 경우 KTL의 시험성적서자 해외서도 동일하게 인정받게 돼 기업들의 부담이 한층 낮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술융합동과 전지시험동 등 2개 건물로 이뤄져 있는 시험인증센터에는 중대형 이차전지와 소형 이차전지에 대한 온도, 압력, 과충전, 진동, 침수, 낙하 등 다양한 시험을 하는 장비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오는 8월엔 마지막 국책과제 모델인 대형 진동시험장비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차전지는 작은 결함이 폭발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시험이 필수적입니다. 그나마 크기가 작은 소형 배터리는 화상 등 부상에 그치지만 중대형 이차전지의 경우엔 사고의 규모가 달라요. 화재나 폭발 등 사용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철저한 시험이 이뤄져야 합니다. 시험 과정에서도 폭발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집진설비, 화재 및 폭발에 대응하는 최신시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 많이 신경을 썼어요.”

김 센터장은 이어 안전성시험에 대한 기업의 인식 전환과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능시험, 효율 쪽에 편중된 기업들의 시각이 안전성의 영역까지 넓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들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만 그동안 국내 이차전지 분야 시험들은 성능시험, 효율 쪽에 쏠려있던 게 사실이에요. 안전에 대한 부분은 규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성능보다 안전이 우선이에요. 아무리 성능이 좋은 제품이라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누가 사용할 수 있겠어요. 정부와 기업들이 소비자 안전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건 이 때문이죠.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고 보여지고요.”

그는 기업들이 안전성 시험을 규제가 아닌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비용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안을 개발하는 정책·제도적인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이 시험인증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이 없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김 센터장은 지난 50여년간 국내 최고의 시험인증기관으로서 쌓아온 실력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과 시험인증서비스 등 최고의 서비스를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차전지를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 이차전지관리시스템 신제품 개발 및 이차전지 기반 응용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충청남도, 천안시 등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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