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엄마 토끼는 시장을 가면서 아기 토끼에게 이렇게 말했다.

“밖에 늑대가 있으니 나가지 말고, 누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마라.”

하지만 아기 토끼는 아무리 기다려도 늑대가 문을 두드리지 않자 호기심이 생겨 몰래 늑대 집을 찾아갔다. 늑대 집에는 무서운 호랑이를 피해 몸을 숨기고 있는 아기 늑대가 있었다.

아기토끼와 아기늑대는 친구가 돼서 빗자루를 들고 함께 호랑이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둘은 호랑이집으로 몰래 찾아갔다.

호랑이 집에서는 아기 호랑이가 사냥꾼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있었다.

셋은 친구가 됐고, 숲에서 함께 뛰어 놀았다. 그런데 숲 너머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기 토끼와 늑대와 호랑이는 사냥꾼이라고 생각하고 급히 몸을 숨겼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인근 마을에 사는 ‘담이’라는 아이였다.

넷은 친구가 됐고, 숲에서 사이좋게 놀았다.

어린이 동화책인 ‘토끼와 늑대와 호랑이와 담이와’의 주요 줄거리다.

이 동화는 선입견의 문제를 지적하며, 선입견 없이 세상을 대할 때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여기서 자신들의 새끼에게 ‘항상 조심하라’고 얘기하는 엄마 토끼, 엄마 늑대, 엄마 호랑이가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늘 조심해라’, ‘문을 열어 주지 마라’, ‘다른 사람을 믿지 마라’고만 가르쳤다.

세상에는 악한 사람보다 선한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물론 세상살이가 살벌해지고, 어수선해졌기 때문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작용한 결과는 아닐까.

연쇄살인범, 조직폭력배, 사기꾼 등 흉악한 범죄인들이 TV, 신문, 인터넷 등을 도배하는 상황에서 신뢰를 말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사회복지시설에 성금을 전달하는 익명의 독지가, 타인의 생명 연장을 위해 자신의 간(肝)·신장까지 기증한 자영업자, 소년·소녀 가장을 남몰래 돕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 등이 있다.

이들은 대가를 바라지도, 칭찬을 원하지도 않는다. 기증과 지원에 기쁨을 느끼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 많아지기를 기도할 뿐이다.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살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제 선입견을 거두고, 세상을 대하자.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