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예비후보들, 선거 앞두고 선심성 공약 ‘남발’
구축 효율성·이행 가능성 검토한 적정 계획 내놔야

6·13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자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지역개발 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고 있어서다. 지역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여느 때처럼 ‘선거철 포퓰리즘’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각 지역에서는 연일 다양한 SOC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사업이 철도·도로·항공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교통인프라 사업들이다. 그 중 일부 사업들의 경우 실제 지자체 수요와 맞물린 사업도 있으나, 일부 공약들의 경우 실제 지자체 수요와 맞지 않거나 실현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선거 기간 중 쟁점화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대표적인 공약들을 살펴보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광역급행철도(GTX) 5개역 추가설치’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지난달 박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우선협상자 선정이 진행되고 있는 A노선에 옥수·홍제역, B노선 동대문역, C노선 성수·도봉역 등 5개역을 추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다수 역 신설이 GTX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A노선의 경우 100km/h 수준의 표정속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신규 역사 도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이유다. 한 관계자는 “GTX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공약”이라며 “교통인프라는 전체 노선의 효율성과 효과 등을 고려해 구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부산·밀양 지역의 때 아닌 ‘신공항 유치’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부산시장에 출마한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부터다. 오 후보의 공약 발표 이후 대구 일부 시민단체는 경남 밀양 신공항 도입을 촉구했지만, 앞서 2011년 두 곳 모두 부적합판정을 받은 바 있어 유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밖에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을 추진 중인 광주광역시도 선거 결과에 따라 사업의 명운이 갈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후보별로 사업 계속 추진부터 공론화 도입, 전면 백지화까지 의견 차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SOC 공약 남발을 두고 “현 정부의 방침과도 맞지 않는 움직임”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수요 억제를 목표로 SOC 예산 감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각 후보들이 예산 확보 여부와 구체적인 이행 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지적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반면 후보들의 공약에서 실제로 각 지자체에서 시급한 인프라가 무엇인지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역별 인프라 투자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각 지역에서는 실제로 구축 혹은 개·보수가 시급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례로 이 보고서는 부산 지역에서 시급한 SOC 사업으로 도로와 하수도 보급 사업을 꼽고 있다. 또 광주시와 관련해서는 노후화 정도가 심한 교량·댐 등의 교체 등을 제시하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과는 큰 인식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지자체 SOC 사업 담론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단순히 선거철에만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자체가 필요한 SOC를 구축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데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건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표심을 의식한 SOC 공약은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고, 설령 구축된다고 해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정부가 적정 SOC 투자계획 수립을 위한 지표, 자료 등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사업이 이뤄지는 선진국 방식으로 담론의 틀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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