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관련 가중치 조정때문인 듯…오락가락 정책 속 업계 불만

오는 20일로 예정됐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공청회가 연기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청회 참가 신청의 폭주로 인한 장소의 협소함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폐기물 관련 가중치 조정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부는 20일로 예정됐던 RPS 공청회를 사흘 앞둔 17일 오후 '공청회가 정부 결정에 따라 연기됐다'고 발표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공청회를 일주일 앞둔 지난 13일 경부터 공청회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환경부가 고형폐기물연료(SRF)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상향을 산업부와 협의하려 한다는 얘기가 공론화되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최근 ‘쓰레기 대란’을 겪으며 처치가 곤란해진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등을 발전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REC 가중치를 상향조정하려 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산업부가 RPS 공청회를 미루기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 10일 ‘정부ㆍ지자체 폐비닐 등 수거 정상화 총력 대응’을 발표하면서 SRF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폐비닐의 주요 재활용 방법인 고형연료(SRF)에 대해서는 환경안전성 담보를 전제로 한 품질기준 위반 시 행정처분 경감, 검사주기 완화방안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환경부가 SRF를 발전연료로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 단속을 강화하던 행보와 배치된다. 지난해 9월 환경부는 SRF의 사용시설 입지 제한, 소규모 시설 난립방지, 품질등급제 도입 등을 통해 환경안전성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이처럼 스스로 입장을 뒤집는 대책을 내놓자 SRF 발전을 반대하는 이들은 즉각 반발했다. 원주 문막읍 SRF 열병합발전소 반대 대책위원회 등이 소속한 ‘쓰레기 발전소ㆍ보일러 저지 전국 비상대책위원회 연석회의’ 에서는 12일 “쓰레기 대란을 쓰레기 연료 부활로 해결하려는 환경부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폐기물 고형연료(SRF) 규제 완화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부의 입장 바꾸기가 산업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지장을 준다는 점이다. 에너지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는 산업부지만 다른 부처의 의중에 속절없이 흔들려 정책 시행에 지장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공청회 연기는 에너지 정책에서 산업부보다 환경부 같은 타 부처의 입김이 더 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산업부는 본래 폐기물과 관련된 가중치를 기존보다 절반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환경부가 폐비닐과 같은 쓰레기를 대거 처리하기 위해 발전연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생활폐기물과 관련한 가중치를 조정하는 방안을 산업부와 협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가중치가 상향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는 생활 폐기물을 발전연료로 쓰는 것 외에는 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업계에서는 RPS 공청회가 계속 미뤄지는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C 가중치는 REC 발급시 신재생에너지원별ㆍ설비 위치 등에 따라 전력량에 부여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때문에 사업자들은 가중치 변동 사항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한국형 FIT 등 새로운 제도를 기다리는 사업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전북의 한 사업자는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올해 시행될 한국형 FIT제도의 자세한 내용을 알아야 당장 REC를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 등에 참여해 거래할지 말지를 정할 수 있다”며 “공청회가 이렇게 미뤄지고 가중치 변동에 대한 정보도 소문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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