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4년 중동 국가와 가스 수입 계약 만료
수급 다변화 관점서 러와 가스분야 협력 강화해야

러시아가 세계 천연가스 시장을 야심차게 공략하고 있다. 한국도 주요 타깃 중 하나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천연가스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은 21% 증가했다. 세계 에너지믹스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2%까지 늘었다. 천연가스의 역할 확대를 이끈 것은 LNG(액화천연가스)다. LNG 소비는 2006년 1억5000만t에서 2016년 2억5100만t으로 59% 증가했다. 지난 2006년 LNG 소비국은 8개국뿐이었지만 2016년에는 35개국으로 늘어났다.

세계 1위 천연가스 확인매장량 보유국인 러시아는 이런 흐름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기존에는 유럽으로의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 수출에 주력했지만 LNG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LNG 시장에 진출하고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해 말 2035년쯤 러시아의 세계 LNG 시장 점유율이 현재 4%에서 15~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2016년 1090만t인 LNG 생산량을 최대 1억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2020년대 중반에서 2030년대 중반 사이 세계 LNG 시장에서 연간 약 2억t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이고 그 중 절반 가까이를 러시아가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박 장관이 말하는 새로운 시장은 주로 동북아시아다. 동북아 국가들은 정책 변화에 따라 가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35년쯤 중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2016년보다 2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과의 가스 수입 계약이 2024년 만료되는 한국도 주요 타깃이다. 러시아는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의 LNG 수입 물량을 확대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전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회장과 가스공사 정승일 사장의 회담에서 양측은 러시아 사할린 LNG의 한국 공급 확대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단순히 수입 물량 확대에만 그치는 문제는 아니다. LNG 산업은 탐사, 개발, 생산, 저장, 운송, 거래 등 단계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한다. 러시아는 풍부한 자원에 비해 이를 개발할 자본과 기술이 아쉬운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각 단계에서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다.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서 대우조선해양이 15척의 쇄빙선, 총 5조원 규모 수주를 따낸 것은 LNG 밸류체인 참여의 좋은 예다.

러시아 최대 민영 가스 기업인 노바텍은 올해 초 한국에 북극 LNG2 프로젝트 지분 참여를 제안했다. 190억달러, 우리 돈 20조7000억원 규모의 러시아 북부 지단 반도 가스전 개발 사업이다. 가스공사는 이에 대해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는 중이다.

지난달 21일 있었던 15차 한-러 자원협력위원회에서는 러시아 측이 양국 가스·화학 플랜트 업체들 간의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R&D 협력 강화와 북극 등에서 러시아가 추진하는 LNG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 교류도 논의됐다.

김연규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센터장은 “지금은 세계 천연가스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막으려는 미국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라며 “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취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전략은 수입처를 다변화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산업부는 13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을 세울 때 경제성만 따질 게 아니라 이런 국제 정세와 안보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중동 혹은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고 수급 다변화라는 관점에서 러시아와 가스 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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