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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광장)삶이 어긋난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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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수 GE 그리드솔루션 부사장
몇 년전의 일 입니다. 학교 동창중 전도양양하던 두 친구가 동시에 진로가 막히고 한창 창창할 나이에 현직에서 물러나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당시, 친구는 고위직 공무원으로 별정직 진급 0 순위였고 다른 친구는 공기업 임원 진급이 내정된 상태였습니다.
오페라는 주로 비극이고 그 비극은 고위층의 낙망을 노래합니다. 그래야 더욱 통렬히 아프기 때문인 거죠. 그 아픔은 치유될 길도 약도 없습니다. 유행가 가사처럼 세월이 약이었습니다.
현직에서 물러난 친구는 취업 제한 시기를 건너야 했기에 그동안 현업에서 쌓은 경험을 내공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역작을 탄생시켰고 지금은 로펌에서 열심히 길을 걷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불운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 50대 중반이었는데 그들을 보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50대 중반 이후에 생기는 모든 일은 좋든 나쁜 일이든지 모두 다 순리” 이구나… 였습니다.
세계문학사에 잃어버린 보물 중 하나로 치는 헤밍웨이 원고뭉치 분실은 그의 아내가 틈틈이 써놓은 단편소설 원고뭉치 가방을 리용역에서 도난당합니다. 당시 헤밍웨이는 무명시절이었고 단편소설은 생계유지의 수단이기도 하였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헤밍웨이는 자책하는 아내에게 ‘괜찮다고’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가슴 아파하지 말라고…. 도난당한 원고는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다시 글을 쓰겠다고 말합니다.
사실은 괜찮은 게 아니었고 원고를 분실한 절망이 너무 커서 더이상 글을 쓸 수 없으리라 생각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괜찮다는 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괜찮다는 거짓말은 어느 순간 진심이 됐고 진심이 결심을 만들었는데 단편이 아닌 장편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그 뒤로 긴 글을 쓰는 연습을 했고 그 결과물이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원고를 잃어 절필을 할 만큼 힘들었던 게 ‘괜찮다’는 거짓말이 현실이 된것 입니다.
불운 또한 운입니다. 내 힘으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 그래서 우리는 불운을 포기해야 한다거나 단념해야 한다는 등등 신의 시그널로 해석합니다. 아무래도 나는 그럴 운이 아닌가 보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잖아.
그러나 불운의 진실은 무엇인지 모릅니다. 모든 것은 어떻게 해석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1000m 스피드 스케이팅 준결승에서 심석희 선수는 1위로 들어왔지만 최민정 선수는 중국 선수의 반칙으로 등외로 쳐졌습니다. 하지만 판정으로 심석희, 최민정 둘 다 결승에 올랐습니다. 5명 결승에 우리 선수가 두 명이었습니다. 그날은 잘하면 3개의 금메달을 기대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최민정 선수의 결승 진출을 참으로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결승전에서 마지막 한 바퀴 남은 순간에 시야에서 급격히 우리 두 선수는 사라지고 다른 세 선수만 경쟁을 하는 것 이었습니다.
이게 뭐지 ? 하는 순간에 알고 보니 우리 두 선수가 충돌해 넘어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날 최민정 선수에게 운은 왔다가 갔다가 한 것입니다. 4년 동안 죽어라고 연습한 훈련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한 순간 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일까요 ? 우리 같은 범인은 상상도 못할 절망일 것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툭툭 털고 일어납니다. 우리의 탄식과 한숨이 아무리 큰들 어찌 선수들만 하겠습니까 ?
그럼에도 그들은 다시 일어섭니다. 다음의 올림픽을 위해.
여자 피겨 스테이팅에서는 트리플 회전이 이제는 퀘드러플로 진일보했습니다. 수많은 선수들이 착지 시에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최상위권 7명만이 온전한 경기를 보여 줬습니다. 그들조차도 그동안 얼마나 수없이 많이 넘어지고 엉덩방아를 찧었겠습니까 ?
그럼에도 괜찮다고, 일어나서 뛰고 또 뛴 결과물입니다. 행운이 불운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것 처럼 불운이 행운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비결은 약점 혹은 단점, 불행, 불운을 디딤돌로 삼을 수 있는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나빴던 것들이 나의 존재를, 나의 생을 들어 올리는 지렛대가 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뻐근하게 조여 옵니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심장을 밟아 꾹꾹 누르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자존심이 들어 있고 기대가 있고 희망과 열정이 들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소중한 것들이 납작해져 사라져 버릴 것만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밟히는 게 두렵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게 두렵웠다면 벌써 망했을 것입니다.
두려움에 지지 않고 불운을 탓 하지 않고 근거 없는 희망에도 속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입니다.
끝까지 살아남아 자존심이고 희망이고 생명인 그 소중한 것들을 멀리멀리 퍼지게 할 것 입니다.
작성 : 2018년 03월 05일(월) 08:34
게시 : 2018년 03월 06일(화) 09:31


양문수 GE 그리드솔루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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