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통계 정상화는 대책 수립 위한 첫발”
“엄벌주의 지양하고 산재 양지로 끌어내야”

매일 220명. 지난 2015년 산업재해보상보험 발표에 따른 일평균 재해자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재해자수는 이 수치의 5배에 달하는 1100명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업재해 은폐, 미보고에 따른 숨은 통계까지 포함하면 작업현장의 현실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욱 처참하다는 얘기다.

정확한 산재 통계치 산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또 더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한 방안은 없는 걸까. 국내 산재 분야 전문가인 강태선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를 만나 그 답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노동안전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통계’입니다. 산재의 전체 규모, 유형, 원인들이 명확히 집계돼야 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예방 대책을 수립할 수 있죠.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산재 통계의 왜곡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산재 예방을 위한 여러 대책들 중에서도 ‘통계치 현실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강태선 교수는 산재 집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적용된 엄벌주의가 되레 산재 미보고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산재를 바라보는 인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은폐·미보고에 대한 처벌만 강화할 경우 ‘산재율’이란 통계치에만 집착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갑자기 산재 보고가 정상화될까요? 처벌보다도 중요한 건 먼저 ‘산재를 산재로 보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산재 집계의 정상화는 산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개선이 병행될 때만 달성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같은 산재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을 ‘산재햇볕 정책’으로 명명했다. 음지로 숨어든 산재를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보험료율 할증제 폐지 ▲개별 사업장 집중 관리·감독 중단 ▲다양한 통계자료 활용 등을 제시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산재 보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보험료율 할증을 폐지함으로써 산재를 은폐하는 역효과를 방지하고, 산재 통계뿐만이 아니라 근로환경조사·응급실 치료 실태 조사 자료 등을 종합해 산재를 다각도에서 보는 거죠.”

아울러 그는 산재 보고가 활성화돼야만 ‘산재는 근로자 개인의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는 착시효과에서 벗어나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등 본질적인 해결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통령령으로 국민참여사고조사위가 꾸려지고, 최근 입법 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기는 등 우리나라의 산재 인프라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일고 있죠. 이제 첫 걸음을 뗀 셈인데, 이 같은 노력이 통계치 정상화, 인식 개선 등과 병행될 때만 한국도 ‘산재 관리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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