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 티어 해저케이블’ 목표 향해 순항 중…설연휴·올림픽에도 ‘24시간이 모자라’
지난해 100억여원 투입, 4000t급 해상용 턴테이블 구매
글로벌 경쟁력 UP 위한 지속 투자 계획 중

운송선 위의 4000t급 해상용 턴테이블에 해저케이블을 감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운송선 위의 4000t급 해상용 턴테이블에 해저케이블을 감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생산 공장인 LS전선 동해사업장은 LS전선의 ‘글로벌 톱 티어(Global Top Tier) 해저케이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계 해양 솔루션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다.

진도-제주 해저 전력망을 비롯해 카타르, 베네수엘라를 거쳐 미주, 유럽, 중동 등 세계 각국의 바다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케이블로 이뤄진 ‘전력망 고속도로’를 깔수 있도록 만든 중요한 성장 엔진이다.

무엇보다 유럽 기업들이 독식해온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LS전선이 업계 리더로 거듭날 수 있는 경쟁력을 제공할 중대한 발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19일 찾은 LS전선 동해공장은 설 연휴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로 나라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는 가운데에도 밤낮없이 돌아가며,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설 연휴 바로 다음날인 19일 오전 11시. LS전선 동해공장에서는 중동과 유럽으로 나갈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첨단 설비들이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해저케이블 1동에 들어서자, 대형 턴테이블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턴테이블은 해저케이블을 보관·운송하는데 사용하는 설비다. 일반적으로 케이블을 운송하기 위해 사용하는 드럼을 눕히고 한쪽 날개를 뗀 것을 수십~수천배 확대한 듯한 모양이다.

수백미터 정도의 길이가 일반적인 지중 초고압케이블과 달리 해저케이블은 수십에서 수백km까지 한번에 생산·보관·운송하는 경우가 잦다. 때문에 일반 철제 드럼으로는 그 무게나 부피를 견뎌낼 수 없어 턴테이블을 주로 사용한다.

사이즈가 클수록 더 긴 케이블을 감을 수 있어, 얼마나 큰 턴테이블을 많이 보유했는지에 따라 기업의 해저케이블 생산량, 속도 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LS전선에는 세계 최대급인 1만t급 턴테이블을 비롯해 수천t의 턴테이블 수십대가 갖춰져 있다. 1만t급 턴테이블은 154kV급 케이블 기준으로 100km 규모의 케이블을 감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앞의 턴테이블은 수천t의 케이블을 보관했다가 다음 생산공정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설비였다.

웬만한 축구선수 허벅지만큼 굵어보이는 검정색 케이블이 매우 느린 속도로 턴테이블에서 빠져나간다. 턴테이블은 천장에 설치된 웨이를 통해 다음 공정으로, 혹은 외부로 이동된다.

공장 내부의 턴테이블에 감겨있던 생산 중간 단계의 해저케이블이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공장 내부의 턴테이블에 감겨있던 생산 중간 단계의 해저케이블이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원배 LS전선 해저개발생산팀 이사는 “중동으로 나갈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이 생산되고 있다. 아직 생산 중간단계의 케이블로 외장 작업을 남겨두고 있다”며 “케이블의 장력을 최대한 버틸수 있도록 2번의 외장 작업을 진행한다. 현재의 모습 위를 철선으로 보호하고 아스팔트 코팅과 PP로프 등으로 감싸 내부를 보호하게 된다. 이를 2회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해저케이블은 SCR을 1~4mm의 얇은 선으로 만드는 신선과 이를 여러가닥 모아 꽈배기처럼 꼬는 연선을 거쳐 절연과 금속 차폐, 방식층 작업을 거친 후(3코어의 경우 연합 포함) 2중의 외장작업까지 마무리해야 생산이 완료된다.

현재 라인에 걸려있는 중동향 케이블은 거의 생산 마무리단계에 이른 제품이었던 것. 그럼에도 2회의 외장작업까지 마무리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분당 수m에서 수십m 정도의 속도로 생산되기에 수십km에 이르는 전선이 완벽히 나오려면 다시 까마득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김원 LS전선 관리공장장은 “해저의 가혹한 환경과 시공 과정에서 걸리는 장력, 운송 과정에서 작용하는 수천t의 하중에도 견뎌내고 품질을 유지해야 하기에 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한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며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납기를 맞추기 위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산 동선을 공장에 적용했다. 겉으로는 평범해보일 수 있지만, 생산 라인 디자인에는 LS전선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모두 녹아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해공장 생산라인 설계와 배치는 모두 LS전선 엔지니어들이 도맡아 했으며, 더 나아가 내부 설비들은 100% 국산화된 것들이라고.

외장 작업이 모두 끝난 케이블은 검정색과 노란색 스트라이프 무늬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또 다른 턴테이블에 걸려있는 케이블은 케이블 웨이를 통해 다시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해당 케이블은 옆 건물에 위치한 대형 턴테이블에 감겨 있다가 다시 건물로 들어와 두 번째 외장작업을 거치게 된다.

생산을 마친 해저케이블이 웨이를 통해 공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생산을 마친 해저케이블이 웨이를 통해 공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공장 끄트머리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해저케이블이 선적되는 장면을 한눈에 보기 위해서다.

LS전선 동해사업장은 동해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직선거리로 300여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옥상에 오르면 공장에서 생산된 케이블이 웨이를 통해 동해항으로 이동해 배에 선적되는 모든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실제로 공장 건물 사이로 이어진 웨이에 검정과 노랑이 섞인 케이블이 항구까지 이어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최종적으로는 ‘COSCO SHIPPING’이라는 글씨가 써진 대형 선박 위로 이어져있는 것까지 보인다.

김성민 LS전선 해저사업본부 해저시공기술팀 부장은 “수천t에서 1만t 이상 규모의 배들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항구의 수심이 매우 깊어야 한다. 또한 생산된 전선을 선박 위에 턴테이블과 연결해 바로 실어야 하기에 공장과 항구와의 거리도 가까워야 한다”며 “이런 여러 요소를 고려한 끝에 동해에 해저케이블 공장이 위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공장을 나와 동해항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미리 인적사항을 전달하고 출입 허가를 받았지만, 항구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까다로운 보안 검사를 거쳐야 했다.

가까이 와보니 공장에서는 그리 커보이지 않았던 운송선이 웬만한 빌딩 이상으로 컸다. 배로 올라가는 케이블의 끝은 지하의 갱웨이로 연결돼 있었다.

조심조심 배 위에 올라 케이블이 최종적으로 선적되는 턴테이블로 이동했다. 그러던 중 케이블 중간의 0.6km라고 적힌 띠가 보였다.

정찬근 LS전선 동해노경 환경안전팀 과장은 “남아있는 케이블 길이가 600m라는 표시다. 지난 13일부터 유럽으로 나가는 해저케이블을 생산·선적하기 위해 밤낮없이 작업을 진행해온 끝에 막바지 과정에 들어선 것”이라며 “회사의 엔지니어와 현장 작업원뿐 아니라 동해항의 항만노조원들까지 교대로, 24시간 풀 근무를 이어왔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작업이 끝났을 때의 희열과 보람을 알기에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니 바다의 푸른색으로 도장된 대형 턴테이블 위로 검정·노랑 무늬 케이블이 빈틈없이 감겨있는 것이 보인다.

안전장구를 착용한 10여명의 작업자들이 케이블 위에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턴테이블은 지난해 LS전선이 100억여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 새롭게 구매한 4000t급 턴테이블이다. 해상용 턴테이블은 염분과 해풍 등 바다 위의 가혹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보다 견고하게 설계돼 가격이 매우 비싸다. LS전선은 이전까지 해상용 턴테이블을 대여해 사용해 왔지만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 지난해 새로운 턴테이블을 갖추게 됐다.

김원배 LS전선 이사는 “LS전선은 지난해 4000t급 턴테이블을 구매한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기기 위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당장 구체적 로드맵이 수립된 것은 아니지만, 포설선이나 턴테이블, 공장 확장 투자 등이 검토되고 있다”며 “며칠 내로 선적 작업이 끝나면 운송선은 유럽으로 수개월여의 항해를 떠나게 된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시장의 글로벌 톱 티어가 되기 위해 긴 항해를 시작했고, 멀지 않은 시기에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S전선 동해사업장 전경
LS전선 동해사업장 전경
◆LS전선 동해사업장 개요

▲위치: 강원도 동해시 송정동

▲면적: 22만㎡(약 6만5000평)

▲인원: 207명

▲생산제품: MI·XLPE 해저케이블, 풍력·선박해양·함선·원자력 등 산업용 특수 케이블

◆연혁

▲2008년 동해공장 착공(한국 최초의 해양케이블 전용공장)

▲2009년 진도-제주 해저 전력망 사업 수주(3281억원)

▲2009년 동해공장 가동 및 준공

▲2010년 해저케이블 초도출하(진도-제주)

▲2012년 강원대와 전선 전문인재 육성 MOU 및 잡 스쿨링(Job Schooling)

▲2012년 해저 제2공장 착공

▲2012년 카타르 석유공사 해저케이블공사 수주(약 5000억원)

▲2013년 베네수엘라 국영전력공사 사업 수주(약 2000억원)

▲2013년 해저 제2공장 준공

▲2014년 미주, 유럽, 중동 등 해저케이블 주요 프로젝트 수주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