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에너지안보・적정 가격・저탄소 ‘3원칙’고수”
기후변화 관련 韓기업과 협력 프로젝트 기획・관리 지속할 것

지난해 말,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2009년 신재생에너지실행계획을 세우고 재생에너지 소비 비중을 2020년까지 15%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던 영국은 어떨까. 김지석 주한영국대사관 에너지혁신담당관을 만나 영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국은 에너지 정책을 실행할 때 3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 에너지 안보를 지키되, 적정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며, 저탄소 정책을 실시하는 것, 이 세 가지를요.”

김지석 에너지혁신담당관은 영국이 석탄발전을 줄이고 풍력과 천연가스, 원전 등을 중심으로 발전 에너지원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이유를 ‘에너지 3원칙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10년 6.8%에서 2016년 24.7%로 확대했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보급하면서도 경제성이 있는 적당한(affordable) 가격을 유지하고, 친환경성이 우수한 에너지원을 공급해야 한다는 이 세 가지 원칙 중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균형을 이뤘기 때문에 영국 발전원별 구성이 지금처럼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영국은 저탄소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행시키고 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발전을 안착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김 담당관은 특히 영국 정부의 강력한 저탄소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2008년 정부가 탈석탄 정책을 열고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80%의 CO2를 줄이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어요. 당장은 석탄발전의 발전단가가 저렴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환경・사회적 비용이 더 들 것이라 판단한 결과였죠. 현재 영국의 석탄 발전량 비중은 2016년 기준 9%로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반면 풍력발전 비중은 거의 12%대죠. 석탄발전 비중보다 높아진 겁니다.”

2008년 당시 영국의 석탄발전 비중은 32.34%였다. 10여년 만에 석탄발전량을 4분의 1가량으로 줄인 것이다. 풍력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낮아졌다. 기술발전과 원가하락 덕분이다.

“영국이 그리드패리티(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 기존 화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를 달성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낮아지기를 기다려서가 아니에요. 화력발전으로 지불할 비용이 계속해서 높아질 것을 염두에 뒀기에 그리드패리티가 훨씬 빨리 달성될 수 있었던 겁니다.”

김 담당관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근시안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기후안정을 이끌기 위해선 화력발전의 감소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도 석탄화력발전 사용을 제한하고, 2025년까지 CCS(CO2 포집 및 저장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석탄화력발전소는 전면 폐쇄할 계획입니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석탄발전은 지양되는 추세죠. 석탄발전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투자 기피 대상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본격적인 재생에너지 정책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이미 많은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성을 깨닫고 이를 위한 정책을 실행해왔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담당관은 그 스스로도 20kW, 100kW, 1MW 용량의 태양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며 태양광 발전을 널리 알리는 ‘태양광발전소장’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태양광’ 하면 무조건 덮어놓고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느냐도 재생에너지 정책을 실행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거예요. 영국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돈을 모아서 학교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짓고, 오래된 풍력 발전기를 사다가 개조해서 마을 어귀에 설치하는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열린 인식을 갖고 있어요. 주민수용성이 큰 문제가 되는 한국과는 다르죠.”

그는 태양광발전소장이자 대사관의 직원으로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한국 기업 파트너와 협력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 말했다.

“앞으로도 영국의 업체들과 한국 기업 간 다리를 놓는 작업을 할 겁니다. 영국같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은 나라가 한국의 롤모델이 될 수 있어요. 영국은 전세계에서 해상풍력 발전설비용량을 5.1GW로 가장 많이 갖고있어요. 풍력발전을 확대하려는 한국이 숙련된 영국기업에 프로젝트 컨설팅을 의뢰하는 방법 등이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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