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AD ‘냉동・건조 동물사체’ 인수 지침 마련 후에도
C-14・H-3 사용 동물사체 인수 사례 ‘단 한 건도’ 없어
발생기관과 인수기관 책임 전가…저장량 파악조차 안돼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내부 모습.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1월29일 기준 중·저준위 방폐물 총 1만9418드럼(200ℓ)을 인수했으며, 이중 RI폐기물은 1150드럼이다. 총 처분량은 1만2457드럼이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내부 모습.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1월29일 기준 중·저준위 방폐물 총 1만9418드럼(200ℓ)을 인수했으며, 이중 RI폐기물은 1150드럼이다. 총 처분량은 1만2457드럼이다.

의료·연구기관 등에서 방사성동위원소(RI)를 이용한 동물실험으로 발생하는 동물사체가 규제당국의 사각지대에서 쌓이고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사체는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인 RI폐기물로 법적으로 일정 기간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RI폐기물은 RI나 그에 오염된 물질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이다. 예를 들어 RI를 사용하는 병원에서 간염진단과 치료과정에서 발생되는 주사기, 튜브, 장갑, 거즈 등과 같은 부산물과 산업체 등에서 비파괴 검사, 시험 등에 사용되는 선원 중 폐기의 대상이 되는 선원을 의미한다.

방사능을 함유하고 있는 방폐물은 인간에게 유해를 끼치거나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어 적절한 격리와 처분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방폐물의 인수 및 저장관리는 방폐물의 안전관리를 위해 설립된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이 담당한다.

이에 따라 RI를 이용한 동물실험으로 발생하는 동물사체는 KORAD가 인수하거나 KORAD 관리하에 위탁업체에서 폐기한다.

그간 반감기가 짧은 동물사체의 경우 반감기 10배가량의 기간 동안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위탁업체를 통해 폐기해왔다. 문제는 반감기가 각각 5730년, 12.3년인 방사성탄소(C-14)나 삼중수소(H-3)를 사용한 동물사체로, 처분하지 못하고 냉동고에서 보관 중인 상태다.

◆단 한 건도 인수 사례 없어

KORAD가 장반감기를 가진 방사성탄소나 삼중수소를 사용한 동물사체를 인수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반감기가 긴 동물사체는 위탁폐기를 할 수 없어 KORAD가 인수하지 않는 한 냉동고에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감기가 긴 동물사체는 약물이 체내로 들어가 몸속에서 이동, 대사, 배출되는 과정을 확인하는 ADME 평가실험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방사성탄소의 경우 약물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량으로도 장기간 확인할 수 있어 가장 많이 사용된다.

RI 기술을 이용한 신약개발의 수요증가 등 동물사체가 늘어날 요인이 증가하고 있지만, 반감기가 긴 동물사체 처분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KORAD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초 모 대학의 동물사체 다섯 드럼(200ℓ)을 인수한 바 있다. 당시 ‘냉동사체’만 인수하도록 규정했지만, 냉동저장용기가 없어 동물사체는 이틀 만에 부패해 악취를 유발했다. KORAD는 작업자가 악취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학에 반송했고, 이후 ‘건조 동물사체’ 지침을 마련했다.

◆발생기관과 KORAD의 ‘평행선’

KORAD의 ‘방사성동위원소폐기물 인수에 관한 지침’에 건조 동물사체가 포함된 이후에도 인수사례는 없다.

KORAD 측은 발생기관이 인수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지금까지 인수의뢰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발생기관 측은 KORAD가 준수하기 어려운 인수기준을 마련하고, 발생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건조와 멸균’에 관한 지침이다. 인수기준에는 동물사체 건조시 잔여 수분 한도는 2% 이내를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인간 및 환경이 오염되지 않도록 멸균처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발생기관 관계자는 “건조곡물의 수분함량은 10~15%이고 분유나 동결건조 분말의 경우 5~6%로, 2% 이내 건조기준은 다소 황당한 지침”이라며 “멸균의 목적은 감염예방인데, 인체에 해를 끼치는 병원균이 없는 동물사체에 멸균을 요구하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냉동사체를 인도할 때 냉동상태를 잘 유지하는 저장용기를 관리사업자와 발생자가 협의해 결정한다는 규정도 문제가 있다”며 “구체적이지 않은 지침을 내놓고, 발생기관이 이에 부합하는 방법을 찾아오라는 식이다. 영세한 발생기관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인도방법을 찾기보다는 냉동고에 저장하는 현 상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ORAD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 문의한 결과 건조기준 2%를 준수할 수 있고, 상온에서는 3~5%까지 유지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어느 업체든 건조기준 2%를 증명하고 분석을 통해 상온에서 5%가 유지된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건조기준을 5%로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시도하는 업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전부터 냉동 동물사체 내용기는 무상으로 임대하고 있었지만, 업체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지난 12일 게시판을 통해 알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KORAD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관리사업자가 일일이 냉동·건조·운송 등 전 과정에 걸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동물사체 저장량 파악도 안돼

KORAD와 발생기관 간 줄다리기가 팽팽한 가운데 동물사체는 냉동고에 저장된 채로 해결방안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동물사체가 얼마나 저장돼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KORAD는 발생기관의 동물사체 인도의뢰 건수가 없기 때문에 어느 기관에서 얼마나 동물사체를 저장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방사선 안전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일부 의료기관과 연구기관등에서 실시되는 RI를 이용한 동물실험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RI 종류 및 허가량에 대한 기관 목록만을 관리하고 있을 뿐 동물사체가 발생하는 기관에 대한 별도의 목록이 없어 동물사체의 정확한 저장량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KINS 관계자는 “RI 방폐물 발생기관은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KINS에 보고하고 있지만, 총 발생량을 보고하므로 동물사체 발생량을 별도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의료기관과 연구기관 등에서 발생하는 방폐물은 신규 또는 변경 허가심사 시 저장능력과 차폐평가, 종사자 등의 피폭평가 등 안전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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