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성민 배우

“연기는 액션과 리액션이에요. 상대방이 내게 주는 감정에 반응하고 함께 호흡을 하는 작업이죠.”

지난 11일 막을 내린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이하 사랑소묘)’에서 낙천적인 마도로스와 황혼을 맞이한 동네 여동생과 만난 노인을 열연한 하성민 배우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랑소묘뿐 아니라 뮤직드라마 ‘당신만이’, 연극 ‘골든타임’ 등 동시에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세 개를 같은 기간에 공연해 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엄청나게 바쁘지만 그만큼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고, 많은 것들을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대부분 배우들은 공연하는 기간 동안 하나의 캐릭터에 몰입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연기할 때가 아니라 평상시에도 마치 자신이 그 캐릭터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비슷한 기간에 여러 성격과 감정을 바꿔가며 연기를 해야 했음에도 몰입이 어렵지 않았다는 게 하 배우의 설명이다.

“특별히 요령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무대 위에서 상대 배우에게 집중했기 때문에 여러 캐릭터를 어려움 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대화라는 게 내 얘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이야기에 어떻게 리액션을 하는가도 신경 써야 하거든요. 단순히 일방통행하는 게 연기가 아니라는 거죠. 상대방에게 집중하면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되고 어떻게든 답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 배우는 고등학교 때 RCY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며 연기를 처음 접했다. 당시 하 배우는 학생들끼리 연극을 준비, 공연하며 얻은 수익금을 갖고 고아원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동아리 활동을 위해 시작한 연극이었지만, 그때부터 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군대를 다녀오자마자 대학로로 무작정 나왔어요. 그때 산울림극단 단원 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발걸음을 옮겼죠.”

이때 공연계에서 이름을 날린 여러 거장들과 작품을 했다. 셰익스피어, 이상의 날개, 무진기행 등 잘 알려진 여러 연극을 통해 배우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가족들의 반대는 하 배우에게 있어 큰 벽이었다.

“아버지가 한번 오셔서 공연을 보셨죠. 당시 작은 역할을 하던 시기여서 공연이 끝난 뒤 ‘나도 하겠다’라는 말씀만 남기고 가셨어요. 그 이후로 제 공연을 10년 넘게 안 보셨죠.”

그러나 10년이 흘러 약속이라는 작품을 공연할 당시 다시금 아버지가 공연장을 찾았다는 게 하 배우의 설명이다. 그때 그동안 반대하셨던 아버지의 한마디가 지금까지 힘이 됐다.

“약속이라는 작품을 대학로에서 공연했어요. 아버지가 두 번째로 제 연기를 보러 와주셨죠. 10년 동안 반대하셨던 아버지가 공연이 끝나자마자 ‘이제는 배우 해도 되겠네’라고 해주셨어요. 그때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네요. 지금도 힘들 때마다 아버지가 해주신 응원 한마디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는 그동안 자신에게 따라올 길을 걸어 준 선배들과 같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연기는 어깨 너머로 배우는 거라고 하죠. 선배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려고 일부러 오퍼를 자처해서 일하곤 했어요. 그때 선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죠. 저 역시 후배들이 제 연기를 보며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게 그동안 저를 이끌어준 선배들과 제 업이 돼 준 공연계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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