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미국 LA 비버리힐튼 호텔에선 ‘미리 보는 아카데미’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렸다. 세계적 스타들의 레드카펫 행렬에서 유독 눈길을 끈 것은 그들의 의상이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대부분 블랙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었다.

헐리우드 여성 감독·배우·제작사 등 300명은 성폭력·성차별에 대응하는 ‘타임스 업(Time’s up)을 결성했고 이날 첫 공식 활동에 나섰다. 배우들은 이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검은색 의상을 입거나 ‘타임스 업’ 옷핀을 달았다. 미드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롱고리아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연대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새해 첫날 타임스 업은 뉴욕타임스 등에 전면광고를 냈다.

그리고 “남성이 지배하는 노동현장에 끼어들고, 승진하고, 의견을 내고, 인정받으려는 여성의 투쟁은 끝나야만 한다. 뚫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남성) 독점의 시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 올해의 인물’에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을 선정했다. 그들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참여해 성희롱·성추행·성폭행 피해 경험을 알린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타임은 “수백 명 여성들의 충격적인 행동이 1960년대 이후 우리 문화의 가장 빠른 변화를 촉발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SNS 상에서 미투에 동참한다는 의미인 ‘#미투’는 세계적으로 수백만번 넘게 사용될 정도로 하나의 운동이 되고 있다.

나아가 일부 국가에선 가해자인 남성들이 직접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고백하는 ‘내가 그랬다(#I did that)’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미투 캠페인’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한 현직 여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이 도화선이 됐다.

국민적 지지도 높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의견은 74.8%, 반대한다는 의견은 13.1%로 나타났다.

미투 캠페인이 개인적 고백으로 그쳐선 안 된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폭력에 경종을 울리는 수준에서 끝나서도 안 될 일이다.

지루한 싸움이 될 지라도 성폭력이 뿌리 뽑힐 때까지 당당히 맞서는 사회적 연대로 뻗어가야 한다. 관행 따위는 변명이 될 수 없다. 범죄는 마땅히 처벌해야 한다.

미국의 ‘타임스 업’은 피해 경험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적 해결책을 만들자는 데 포커스를 뒀다. 한국식 ‘타임스 업’이 필요하다. 침묵이 끝난 만큼, 이제 세상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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