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345kV급 전력→HVDC와 연계 공급
경기남부 전력계통 안정화 초석 닦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공장이 들어설 삼성산업단지.

평택고덕신도시 내에 건설되는 삼성산업단지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한전은 단지 내에 변전소를 건설, 산업단지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고덕변전소는 서해안 발전단지인 당진화력과 연계해 경기 남부지역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공사가 한창인 평택고덕신도시에는 공사자재를 실어 나르는 트럭이 도로 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곳곳의 건설현장을 지나 봉골저수지 쪽을 향하니 멀리서부터 거대한 규모의 건물이 두 채 눈에 들어온다.

한전이 건설하고 있는 고덕변전소와 HVDC 변환소다.

한전은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HVDC를 통해 고덕변전소로 송전할 계획이다. 이때 DC 상태로 보내진 전기를 변환소에서 AC로 전환, 주변 수용가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아직 변환소 건설이 완료되지 않아 HVDC를 이용한 송전 작업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오는 2020년 7월쯤에는 HVDC를 이용한 가압까지 계획하고 있다.

“규모가 엄청나죠? 국내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변전소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고덕변전소를 안내해줄 이민태 한전 경인건설본부 변전건설부 과장은 154kV 규모의 HVDC 연계 변전소는 이미 제주도에도 구축이 돼 있지만, 345kV 급의 대규모 연계 변전소는 평택고덕신도시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덩치가 큰 345kV급 변전소에 비슷한 크기의 건물이 하나 더 지어지고 있다는 것. 이 정도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려면 주민 민원도 적지 않았을 것 같지만 삼성전자가 모든 부지를 제공한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고 이 과장은 전했다.

고덕변전소 내부에는 345kV급 변압기실과 함께 154kV GIS 실이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다. HVDC를 통해 345kV 전력을 받기 위해 인근 신안성변전소와 연계하는 한편 154kV 전력으로 전환해 인근에 전기를 공급토록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이유에서 변전소 덩치도 한층 커져야 했다.

이 과장과 함께 고덕변전소 내부의 전기설비 모니터링과 선로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감시실도 방문했다.

“삼성산업단지에는 임시선로를 통해 이미 일부 부하를 공급하고 있죠. 현재 총 16만5000kW 정도가 걸려 있습니다. 삼성산업단지에 2개 선로가 들어가고 있는 거죠.”

이 과장이 가리키는 상황판을 보니 대부분의 선로에 아직 전력이 공급되고 않은 상태라는 녹색으로 그려졌지만, 삼성산업공단이라고 적힌 두 개 노선만 붉은색을 띠고 있다. 전기가 연결된 상태라는 표시다.

삼성전자 측의 전력 조기공급 요청에 맞춰 지난해부터 공기를 단축한 결과다.

고덕변전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건설공장이 들어설 삼성산업단지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다.

아직 당진화력발전소의 전력까지는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154kV 계통을 보강해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라인의 경우에는 1초만 멈춰서도 억 단위의 큰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 안정적인 계통을 구축하는 게 큰 과제였다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안정적인 계통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선로는 이중화를 했습니다. 한 개 선로에서 고장이 발생해도 다른 선로에서 전기가 끊이지 않고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모선 두 개를 두고 각기 선로도 구축했어요. 또 예방진단시스템을 갖춰서 실시간으로 설비 상태를 점검하고 있죠. 문제가 생길 경우 경보를 통해 사전에 인식할 수 있어요.”

이 과장에 따르면 한전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전력공급을 위해 제2고덕변전소를 건설해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당장 오는 7월쯤 HVDC 가압이 시작되면 고덕변전소는 국내 최초의 345kV급의 전력을 HVDC와 연계해 공급하는 변전소로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삼성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중요한 임무도 갖고 있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급 라인을 확대하는 등 안정적인 전기를 제공하기 위해 힘쓸 계획이에요. 이처럼 의미있는 공사에 참가했다는 게 한전뿐 아니라 이곳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자부심 아닐까요.”

(미니인터뷰①)박남근 한전 경인건설처 변전건설부장

“보통 변전소 같은 대형 전력설비를 건설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민원이에요. 주민들의 이해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거치는 게 쉽지 않죠.”

박남근 한전 부장은 “이번 사업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어려움을 대부분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수월한 공사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산업단지 부지 내에 변전소를 건설하다 보니 가장 시간을 끄는 요소인 민원 문제가 해소됐다는 것.

공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삼성전자 측의 조기 전력공급 요청에 대응하는 일이었다고 박 부장은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도 관련 기관들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당초 지난해 12월쯤부터 전기를 임시로 공급할 계획이었는데, 2개월여를 단축해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이때 각종 인허가를 최대한 빨리 마쳐야 조기 공급이 가능했죠. 그래서 삼성전자와 평택시, 한전 세 기관이 합동 TF팀을 구성해 공동으로 대응했어요. 평택시가 인허가와 관련해서 최대한 협조해주고, 우리가 공기를 단축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죠. 삼성전자도 적극 지원했고요.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전력의 조기 공급에 성공했죠.”

안정적인 전력공급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공단계서부터 품질에 가장 집중했다는 게 박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 번 안정적인 운영을 실시하면 큰 고장 없이 설비를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과정에서 이물질 등이 잘못 들어가면 결국 시간이 흐른 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클린룸을 설치하는 등 품질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반도체 공장은 잠시만 서도 큰 피해를 입죠. 그렇기 때문에 오랜 기간 고장나지 않는 안정적인 설비를 구축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또 설비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는 예방진단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힘을 들였어요.”

그는 이제 변전소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도 힘을 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내년 10월 준공될 에너지파크 시범사업에도 힘쓸 방침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에너지파크 시범사업에도 집중할 계획입니다. 주민입장에서 변전소라는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장소로 만들자는 거죠. 지상에는 산책로와 운동시설 등 주민 개방공간을 제공하고 지하에는 변전소 공간을 만드는 에너지파크를 동평택에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력설비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한층 좋아지지 않을까요.”

(미니인터뷰②)남광원 나경이엔씨 이사

고덕변전소 건설공사에서 현장소장을 맡은 남광원 나경이엔씨 이사는 “삼성전자의 조기 전력공급 요청에 맞춰 지난해 여름 고생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번 사업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조기 전력공급 일정에 맞추기 위해 전기는 물론 건축, 토목, 소방, 방재 등 여러 업체들이 TF를 구성,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시공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력도 지속적으로 투입해 빠른 시공에 주력했다.

공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은 여태 본 중 가장 큰 변전소 공사에 참가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전기 분야에서 40년 넘게 일했어요. 여태껏 본 것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변전소죠. 여기에 특수한 수용가를 갖고 있다 보니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어마어마한 설비가 투여됐어요. 고덕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에 일조한 것 같아서 상당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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