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위가 시작된 겨울, 연말 극장가는 ‘한국영화 빅3’로 후끈하다.

남북관계를 다룬 첩보물로 시작해 웹툰이 원작인 판타지와 암울했던 시대로 돌아간 다큐같은 영화가 개봉해 관객몰이에 나선다. 특히 이 영화들은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해 어느해 겨울보다 뜨거운 열기를 전한다. 하정우·정우성·김윤석·곽도원·차태현·이정재·주지훈·이희준·유해진·김태리가 출연 ‘스크린 삼국지’라고 할 만큼 치열하다. 강첣비 vs 신과함께 vs 1987. 장르와 내용이 다르지만 과연 어떤 영화가 웃을지 주목되고 있다.

◇첩보액션 ‘강철비’

14일 개봉한 '강철비'(감독 양우석)는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과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액션스릴러물이다. 남한 정권 교체기, 북한에서 갑작스럽게 쿠데타가 발생하자 엄철우는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를 데리고 비밀리에 남한으로 내려온다. 북한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핵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이에 남한에는 계엄령이 선포된다. 제2의 한국전쟁 발발 직전, 곽철우는 엄철우가 북한 VIP를 보호하며 남한에 숨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와 접촉에 나선다.

2013년 데뷔작 '변호인'을 1000만 영화로 만든 양우석 감독의 신작이다. 양 감독의 영화 세계가 확장됐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가 단순한 첩보액션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북한을 둘러싼 위급한 외교·안보 상황을 현실적으로 돌이켜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양 감독은 강변(强辯)한다. 지난 11일 공개된 이 작품은 명확한 메시지와 함께 그 메시지를 관객에게 설득하기 위해 영화를 전진시키는 뚝심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변호인'의 성공을 함께했던 곽도원이 다시 한번 양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북한군이 된 정우성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으고, 김갑수·김의성·조우진·이경영·정원중·김명곤 등 최고 연기력을 가진 조연진이 영화의 사실감을 극대화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7개 지옥 판타지 ‘신과함께’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한 아이를 구하고 숨을 거둔다. 자신의 죽음을 멍하게 바라보던 그의 영혼은 정체불명의 사람들과 마주한다. 바로 저승차사. 소방관은 이제 이 저승차사들과 함께 저승에서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받는다. 어떤 재판이냐고? 바로 인생 재판이다.

영화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는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이 2010년부터 2년 간 포털 사이트에 연재한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이 작품은 웹툰 전성시대를 연 것은 물론 오락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춰 웹툰계 걸작으로 꼽힌다.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를 만들며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김용화 감독이 이 독특한 소재 만화를 영화화했다.

총 제작비만 400억원, 한국영화로는 최대 규모다. 원작의 방대한 분량은 물론 수익성을 고려해 1, 2편으로 나눠 만들어졌다. 한 번에 촬영한 두 편의 영화가 다른 시기에 개봉하는 건 '신과 함께'가 처음이다. 막대한 돈이 들어간 작품답게 하정우·차태현·주지훈·김향기·마동석·김동욱·도경수·오달수·임원희·장광·이정재·김수안·이준혁·김해숙·이경영·김하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저승세계를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내 삶과 내가 지은 죄를 돌아본다'는 식의 인간적인 스토리의 조합을 관객이 어떻게 평가할지 관심거리다. 지난 12일 공개된 이 작품은 컴퓨터 그래픽(CG)에서는 합격점을, 스토리 면에서는 평범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우려가 컸던 CG는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이른바 '한국적 신파' 서사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 ‘1987년’

전두환 정권의 탄압에 저항하던 서울대 학생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의 고문을 받아 사망한다. 이른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며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에 의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고, 이 일은 1987년 체제를 탄생시킨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다.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라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외연 확장을 이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다.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어떤 사람들에 의해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통해 되돌아본다.

그러니까 그때 그 시절,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확인하려는 검사가 있었고, 진실을 알리려는 언론인이 있었고,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시민이 있었다. '지구를 지켜라'(2003)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의 장준환 감독이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과 성취 사이의 시기를 어떻게 그려낼지 주목된다.

지난 13일 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세 편 영화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사 비극을 그린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영화라는 호평도 이끌어내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하나하나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평가다.

하정우·김윤석·유해진·김태리·박희순·이희준·여진구·설경구·강동원, 이 작품이 가진 의미에 동참한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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