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비 감축 등 비용절감 자구안 마련 고심

변압기와 개폐기 등 올해 중전기기 민수시장은 일부 대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특수를 제외하곤 ‘일감 절벽’의 그늘이 짙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올해 중전기기 업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LCD 대기업의 설비투자로 인한 반짝 수혜를 빼고는 전반적으로 일감 자체가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업계는 고정비 감축 등 내부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자구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공인검수면제 실적 작년보다 감소= 민수 시장 수요를 가늠하는 간접 지표인 공인검수시험 면제실적이나 V체크 인증 실적 등은 올해 역대 최저치 수준이다.

전기진흥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변압기와 차단기, 개폐기 등 8개 공인검수시험 면제대상 품목의 면제실적은 총 14만 38대 규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 118대보다 6.7% 감소한 수치다.

전기조합이나 전기연구원, 전기안전공사의 KAS-V체크마크 인증실적도 예년 수준이거나 감소하는 추세다.

더구나 관수 조달시장도 지난해와 비교해 최소 10% 정도 줄었다는 게 대다수 업체들의 지적이라 민수 수요 위축은 더욱 뼈아프다. 한전 시장도 진입 업체가 계속 늘어나 개별 기업이 낙찰받는 단가입찰 물량은 작아지는 추세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가 조사한 전기장비 업종의 평균가동률은 2010년~2016년까지 평균 72.8% 수준이다. 그러나 올 들어선 평균치에 못 미치는 70%대 초반에 계속 머물고 있다. 지난 10월 평균가동률은 71.9%다.

▲삼성·LG 투자 수혜는 일부 업체만= 올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건설사업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대기업의 설비투자는 중전기 업계에 ‘가뭄 속 단비’로 작용했다.

다만 변압기는 효성, 현대일렉트릭, LS산전, ABB코리아 등 4개 기업, 배전반은 5~6개 중소기업 등 소수 업체에 국한된 이벤트여서 전체적인 수요를 견인할 만한 요인은 되지 못했다.

2조원 이상 시설투자를 늘린 SK하이닉스나 LG디스플레이도 전력기자재 협력업체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다만 공인검수시험 면제대상이 아닌 전선이나 배전반, 발전기 등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업황이 나은 편이다.

배전반은 대기업 OEM 물량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일감 걱정이 덜 한 편이고 발전기도 용량 확대와 전산센터 중심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변압기 대기업도 IT 대기업의 설비투자 덕에 중소기업과 달리 괜찮은 편이다.

변압기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납품 물량 덕분에 지난해보다 약 20% 정도 매출이 확대됐다”며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와 LCD 설비투자 수혜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인 중전기 수요가 살아나려면 전방산업인 건설경기가 먼저 회복돼야 하지만, 아직은 요원한 모양새다.

1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금리인상의 여파로 3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1월 CBSI는 78.2로 전월 대비 1.3P 하락했다. 4개월 연속 70선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4년 4~7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건설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전기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사업계획을 설계하는 시점이지만, 시장 수요의 회복 시점을 잡는 게 어려워 답답하다”면서 “신규투자는 고사하고 현재로선 줄일 수 있는 모든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자구안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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